이번 직업병 사례의 산재 인정 신청인은 금속 주조 사업장에서 사처리(砂處理) 작업을 30여 년 수행한 남성 노동자이다. 질병은 근골격계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물리적 요인과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안건별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신청인의 작업 이력과 환경을 보기로 한다. 신청인은 1988년 9월 3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약 30년 4개월 동안 □사업장에서 사처리(砂處理) 작업을 하였다. 2019년 2월부터 ○사업장에 입사한 뒤 2019년 6월 30일까지 사처리 오퍼레이터로 근무하였으며 2019년 7월 1일부터 질환 진단일인 2020년 2월 25일까지 약 8개월 동안은 후처리 작업을 수행하였다.

주물생산 공정의 폐주물사(廢鑄物沙) 발생 과정. 출처: 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다산지방산업단지 주물공단 폐주물사 재활용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관한 보고서
주물생산 공정의 폐주물사(廢鑄物沙) 발생 과정. 출처: 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다산지방산업단지 주물공단 폐주물사 재활용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관한 보고서

두 업무는 모두 2교대였다. 중간 휴게시간은 점심시간 40분, 저녁 시간 20분이었다. 사처리 작업 시 주요 업무는 모래와 첨가제를 섞는 믹서기 조작이었다. 신청인은 모래와 첨가제가 크레인으로 옮겨오면 마대 입구를 풀어서 작업 통에 넣은 후 모래와 첨가제가 잘 투입되었는지 확인하였다. 신청인은 상기 작업을 2014년까지 수행하였다. 그 이후에는 작업의 자동화에 따라 마대 입구를 풀고 크레인에 걸어 기계 조작만 하면 자동으로 재료들이 투입·배합되었다. 그리고 1주일에 2시간가량은 지하에 떨어진 모래를 삽으로 퍼내는 작업을 추가로 하였다. 후처리 작업은 3명이 한 조를 이루어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나온 물건을 처리하는 작업이다. 3명이 약 30분 간격으로 돌아가며 업무를 바꿔 작업을 지속한다. 1일 8시간 동안 90t의 제품을 생산한다. 그런데도 업무 특성상 쉬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기는 어려웠다. 1명의 작업자만 업무 중에 잠깐씩 휴식이 가능하였다.

주물공의 래들(쇳물 양동이).   출처: 한겨레21, 2015-12-16.
주물공의 래들(쇳물 양동이). 출처: 한겨레21, 2015-12-16.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신청인은 2020년 2월 24일 오전 9시 출근하여 후처리 컨베이어에서 청소작업 중 모래를 양동이에 담아서 옮기는 작업을 하다가 우측 하지에 통증을 느껴 작업을 중단하였다. 통증이 심해져 어느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하지 MRI와 엑스레이 검사의 결과로는 특이소견 없어 경과 관찰을 하였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다음 날인 2월 25일 대학병원 외래를 통하여 입원하였다. 당시 입원 기록지에는 신청인은 2주 전부터 우측의 다리 저림, 보행 시 통증을 호소했으며 정형외과 의원에서 약물을 복용하였고,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이 없었다고 기록됐다. 2월 25일 대학병원에서 촬영한 혈관조영 하지 CT영상 검사 결과, 우측의 경골비골동체(tibioperoneal trunk), 후방 경골비골 동맥(posterior tibioperoneal artery), 종아리 동맥(peronial artery)의 폐색이 확인됐고, 복부대동맥(abdominal aorta), 대동맥 갈림(aortic bifurcation)을 포함하여 하지 동맥에 석회화를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은 협착 소견이 관찰되었다. 우측 하지 근육의 경색소견이 동반되었다. 결국, 신청인은 만 62세가 되던 2020년 2월 우측 종아리 근육의 허혈성 괴사와 하지동맥경화증을 진단받았다.

2020년 4월 1일 신청인은 신청인의 상병이 작업장의 유리규산 광물성 분진, 규산에 노출되어 발병했을 것으로 판단하여 2020년 4월 1일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요청하였다. 이에 2020년 6월 2일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요청하였다.

출처: 한겨레, 2021-01-13.
출처: 한겨레, 2021-01-13.

2021년 제2회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1.2.26)는 신청인의 상병(傷病)은 업무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신청인은 1988년 9월부터 금속 주조 사업장인 □사업장을 시작으로 ○사업장까지 약 30년 동안 사처리 업무, 8개월 동안 후처리 업무를 수행하였다. 둘째, 신청인의 질병과 관련된 요인으로 관상 동맥질환 위험요인과 유사한 요인인 육체와 정신에 대한 부하, 교대근무, 당뇨, 고혈압, 흡연 등이 있다. 셋째, 신청인은 약 30년 동안 결정형 유리규산에 노출되었고, 교대근무를 하였다. 유리규산과 교대근무가 말초동맥 폐쇄증과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지만, 이들 유해요인이 허혈성 심장질환과 관련성이 일부 인정되고 있다. 유리규산 노출과 교대 근무로 인하여 혈관질환에 대한 위험성이 증가하여 하지동맥 경화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청인은 2020년 2월 진단 이후 2021년 2월 역학조사평가위 심의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1년을 보냈다. 다른 업무상 질병 인정 신청 건보다 꽤 짧은 시간이다.

대한민국 103년 10월 11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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