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 화환
                                                                                 산수 화환

내가 태어난 지 벌써 80년이 되었다. 사범학교 졸업과 동시에 받은 교사 자격증으로 초등학교에 근무한 지 벌써 61년이 되었다. 당시 내 나이가 19세였으니 앳된 교사였다. 1960년대만 해도 정규 사범학교 출신 교사가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다.

 

                                                             순천사범학교 브라스 밴드
                                                             순천사범학교 브라스 밴드

학창 시절 클라리넷(clarinet:목관악기)을 연주하고 브라스 밴드부(brass band club) 활동을 했기에 음악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

타향의 학교에 근무하다 깨달음이 있어 나의 고향인 모교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학생 수는 겨우 500명 정도인 소규모 학교이지만 후배들을 조금이라도 더 일깨워주고 싶은 생각이었다. 계획대로 전근하여 열과 성의를 다했다.

1960년대의 학교 재정 형편은 말할 수 없이 궁핍하였다. 학생들에게 기성회비, 육성회비를 거두어 근근이 교육 자료를 구입하는 형편이었다. 필자의 소원인 밴드부를 조직하고 싶은데 학교에 돈이 없다. 그래서 제일 저렴한 악기를 구입하게 되었고 학생들의 단체 유니폼은 자모님을 동원하여, 옷감을 구입하고 재단과 재봉을 했다. 당시 규모가 큰 학교에서도 엄두를 내지 못한 일을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보성군 대표 밴드부가 되어 소년 체전의 선두를 누볐고,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주최한 예능 발표대회에 군 대표로 참가하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소년체전 경기장 입장식
                                                                 소년체전 경기장 입장식

 

 

                                                           예능 발표회 참가
                                                           예능 발표회 참가

보성군 교육청의 위신을 세워준 보답으로 교육청에서는 산 중턱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를 무려 2km 끌어와 학생들에게 급수하는 시설경비를 지원해주어 학생들이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시골에서는 상수도 물은 구경도 못한 시절이라 학생들의 식수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뒤 규모가 큰 학교의 체면이 구겨지자 3개교에서 밴드부가 창설되는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음악 활동이 마중물이 되어 국악 창을 하는 사람이 생겨나기도 하고, 음악에 관심이 생겨 음악을 이해하고 즐기는 습성이 생겼으며, 자녀들의 음악 지도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월이 흘러 벌써 50여 년이 넘었다. 반세기를 넘어선 것이다. 그때의 학생들이 벌써 60을 넘어 70을 코앞에 둔 성인들이 되어 있다. 그들은 지금 사회의 역군 또는 가정주부로 성실히 살고 있다.

어떻게 선생님의 팔순을 알아차렸는지 몇 사람이 의견을 모아 팔순 축하연을 베풀기로 결정하고 나를 초대해 주었다. 많은 제자가 있지만 이토록 관심을 가져준 제자가 있기에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고맙기 그지없다. 제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실어 보낸다.

 

                                                                                             산수 축하연
                                                                                 산수 축하연

일행은 학창 시절에 있었던 일화로 박장대소하기도 하며 반나절을 함께 보냈다. 선물까지 한 아름 듬뿍 안고 귀가하는 길은 실긋이 지어보는 미소와 흥얼대는 콧노래가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교사생활의 보람도 갖는다. 그러나 후회스러움도 없지 않다. 더 많은 음악활동 체험을 더 활발하게 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기만 하다. 모든 제자들께 안부를 묻지 못하지만 건강하고 보람된 생활이 되기를 기원한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전종실 주주통신원  jjs62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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