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산재 인정 신청인은 약 9년간 방사선 비파괴검사 업무를 수행한 남성 노동자이다. 질병은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물리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신청인의 작업 이력과 환경을 보기로 한다. 신청인은 1983년~1988년은 □사업장에서, 2012년~2017년은 ○사업장에서 도합 약 9년간 근무하는 동안 정유공장, 플랜트사업부, 조선소, 도시가스 매설현장에서 방사선 비파괴검사와 필름 현상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다. 방사선 비파괴검사 외 직업력(職業歷)은 과거 여러 사업장에서 수행한 단순 프레스 업무다. 이로 보건대 약 9년간 방사선 비파괴검사 , 약 24년간(1988년~2012년) 프레스 업무 등을 한 셈이다.

출처: 방사선 노출에 의한 건강장해예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
출처: 방사선 노출에 의한 건강장해예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

신청인은 국내와 국외파견 근무를 하였다. 국내에서는 주6일, 2인 1조, 2조 맞교대 형태로 주간(08시~20시) 1주, 야간(20시~이튿날 08시) 3주로 근무하였다. 주간 근무 중에는 하루 평균 10매 방사선 비파괴검사 촬영과 야간근무 작업준비 등을 하였다. 야간 근무 때는 평균 100~250매 방사선 비파괴검사를 하였다. 2년간 국외파견 근무를 하였다. 기간은 1984년 1월~1985년 1월, 1985년 5월~1986년 4월이다. 국외근무는 주간근무 없이 야간근무(18시~이튿날 06시)만 하고 하루 평균 60~150매의 방사선 비파괴검사 작업을 하였다. 신청인 진술에 따르면, 작업 시 과잉피폭 우려 때문에 개인피폭선량계를 항상은 아니고 간헐적으로 착용하였다. 사업장에 알아보았으나 현재는 관련자와 동료노동자가 없는 관계로 확인이 불가하였다. 도시가스 배관 방사선 비파괴검사 작업 수행 시에는 사업주의 안전관리 강화로 작업 시 항상 개인피폭선량계를 착용하였다는 노동자 진술이 있었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신청인은 2013년~2014년경부터 숨찬 증상(dyspnea on exertion; 호흡곤란)으로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왔다. 2018년 5월 28일 어느 대학병원을 방문하여 심부전으로 진단·치료를 받았다. 2018년 8월 31일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긴 이후에 검사하던 중, 2018년 12월 3일 심장 생검(biopsy; 떼어내 검사)을 통하여 ‘일차성 아밀로이드증’(Amyloidosis, AL type)으로 진단받았다. 2018년 12월 5일 골수 생검 결과 다발성 골수종 아밀로이드증으로 진단·항암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항암치료를 하면서 요양 중이다. 골수이식은 받지 않았다.

나노 MRI 램프는 꺼진 상태였다가 특정 생체인자를 만나면 켜진다.(왼쪽) 질병 조직만 선택적으로 밝게 촬영할 수 있다. 기존 MRI 조영제는 항상 신호가 켜져 있어 병변 부위와 정상 조직 사이의 구분이 어렵다.(오른쪽) 나노의학연구단 제공. 출처: 병든 세포만 찍는 ‘족집게 MRI 램프’ 개발, 한겨레, 2017-02-07.
나노 MRI 램프는 꺼진 상태였다가 특정 생체인자를 만나면 켜진다.(왼쪽) 질병 조직만 선택적으로 밝게 촬영할 수 있다. 기존 MRI 조영제는 항상 신호가 켜져 있어 병변 부위와 정상 조직 사이의 구분이 어렵다.(오른쪽) 나노의학연구단 제공. 출처: 병든 세포만 찍는 ‘족집게 MRI 램프’ 개발, 한겨레, 2017-02-07.

아밀로이드증은 단백질의 형성과정에서 형태에 이상이 생겨 여러 장기와 조직에 섬유질이 형성되는 질환이다(질병관리청; www.kdca.go.kr). 이렇게 쌓인 단백질 덩어리를 아밀로이드(Amyloid) 침전물이라고 부른다. 일차성 아밀로이드증은 골수의 형질세포의 이상으로 생기며 종종 다발성 골수종과 함께 발병한다. 20대에 발병한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50세에서 65세 사이에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신청인은 과거 40년간 하루 반 갑 정도의 흡연력이 있었다. 음주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약 2008년경부터 고혈압으로 진료를 받아왔다. 그 외 특이한 질병력이나 복용하는 약은 없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검토한 결과, 신청인은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에도 흉통, 협심증, 폐의 진단 영상검사 상 이상소견 등으로 3곳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신청인은 약 9년간 방사선 비파괴검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전리방사선, 그리고 필름 현상액에 포함된 벤젠에 지속해서 노출되어 해당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요청하였다. 이로 보건대 신청인은 야간교대근무를 문제로 삼지는 않았다. 앞에서 본대로 신청인은 국내 근무 때는 주6일, 2인 1조, 2조 맞교대 형태로 주간(08시~20시) 1주, 야간(20시~이튿날 08시) 3주로 근무하였고, 2년간 국외파견 근무 때는 주간근무 없이 야간근무(18시~이튿날 06시)만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0년에 야간교대근무(night shift work)를 Group 2A(유력한 발암 물질)로 지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하였다.

이런 작업은 방사선 과다노출 위험이 높습니다. 출처: 방사선 노출에 의한 건강장해예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
이런 작업은 방사선 과다노출 위험이 높습니다. 출처: 방사선 노출에 의한 건강장해예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

2021년 제1회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1.1.15)는 신청인의 질환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신청인은 만 62세이던 2018년 12월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았다. 둘째, 신청인은 1983년부터 2017년까지 약 34년간 직업생활 중 약 9년 동안 정유공장, 플랜트사업부, 조선소, 도시가스 매설현장 등에서 방사선 비파괴검사와 필름 현상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다. 셋째, 신청인의 질병과 관련된 작업환경요인으로는 벤젠, 전리방사선 등이 제한된 근거가 있다고 알려졌다. 신청인은 비파괴검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었다. 누적 피폭선량의 추정치는 최소 73.76mSv ~ 최대 1688.34mSv이다. 인과확률 계산 프로그램(KOSHA-PEPC)을 이용하여 산출한 인과확률의 신뢰구간( confidence interval)은 2.6305% ~ 47.7392%로 산출되었다. 즉, 신뢰하한은 2.6305%이고, 신뢰상한은 47.7392%이다. 신뢰수준(Confidence level)은 95%이다. 그러나 과거 방사선량 감소 효과가 있는 콜리미터(collimator)를 간헐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누적 피폭선량이 최대 추정치(1688.34mSv)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콜리미터(시준기; 視準器)는 입사 광선이나 입사 입자의 줄기를 평행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이다(위키백과).

신청인은 2018년 2월 다발성 골수종 아밀로이드증으로 진단받은 이후 2021년 1월 역학조사평가위 심의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3년을 보냈다.

대한민국 103년 10월 28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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