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은 들을 때마다 불편하다. 그 말의 최초 뜻이 머리를 스치면, 마음의 상처가 덧나기도 한다. 어쩔 때는 그 말의 뜻이 도무지 다가오지 않는다. 책을 읽다가 그런 단어가 나오면, 우선 저자의 심리 상황과 그 구조가 어떠한지 궁금해진다. 그런 심리상황에 처하도록 만든 그를 둘러싼 사회의 환경도 살펴보자는 욕구도 생긴다.

2019년 10월 10일 치 <한겨레∶온>에 ‘쓰고 싶지 않은 말’을 실었다. 그런 말은 우울, 애매하다, ∼과(와)의 등이다.

2년가량이 지나서 두 번째로 ‘쓰고 싶지 않은 말’을 올린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은 적절한 말인가? 그 사자성어(四字成語에 사람을 죽인다는 ‘살인’이 보이지 않는가?

구당(오른쪽) 선생은 2013년 무극보양뜸센터 상량식 때 대들보에 ‘집(은) 만년 뜸(은) 사람이 있을 때까지 (간다)’고 썼다. 한국정통침구학회 제공.  출처: 한겨레, 2021-01-04.
구당(오른쪽) 선생은 2013년 무극보양뜸센터 상량식 때 대들보에 ‘집(은) 만년 뜸(은) 사람이 있을 때까지 (간다)’고 썼다. 한국정통침구학회 제공. 출처: 한겨레, 2021-01-04.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보니, 촌철살인을 ‘한 치의 쇠붙이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으로, 간단한 말로도 남을 감동하게 하거나 남의 약점을 찌를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어놨다. 이러한 풀이를 격하게 보면, 남을 감동하게 하고자 할 때는 심지어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인 조그만 쇠붙이로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뜻이다. 생명을 경시하는 네 글자이다. 많은 사람이, 그것도 가방끈이 긴 사람들이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면, 아이를 점지하신다는 삼신할머니는 우리나라를 떠나 우주여행을 계속하시리라.

“우리 뜸은 최고 의술” 구당 김남수 선생 별세 / 부친한테 배워 43년 침술원 열어 /기혈·오행 조화 ‘무극보양뜸’ 창안 /제자 5천여명에 150만명 무료 시술 /100살에 장성 귀향해 5년 의료봉사. 출처: 한겨레, 2020-12-28.
“우리 뜸은 최고 의술” 구당 김남수 선생 별세 / 부친한테 배워 43년 침술원 열어 /기혈·오행 조화 ‘무극보양뜸’ 창안 /제자 5천여명에 150만명 무료 시술 /100살에 장성 귀향해 5년 의료봉사. 출처: 한겨레, 2020-12-28.

정문일침(頂門一鍼), 즉 정수리에 꽂은 침 하나는 정신을 번쩍 나게 한다. 그 네 글자는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따끔한 충고나 교훈을 뜻하는 은유이다. 전통의학인 침구학(鍼灸學; 침과 뜸의 기초 이론과 치료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의 덕을 경험한 사람은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침(鍼)의 효력을 알리라. 그 침이 사람에게 활력을 불어넣으니, 활인(活人)한 셈이다. 요컨대, 촌철활인(寸鐵活人)이다.

문자대로 촌철활인을 실천하신 분이 바로 지난해 향년 105세에 돌아가신 구당(灸堂) 김남수(金南洙; 1915.5.12.~2020.12.27) 선생이다. '구당'은 '뜸집'이다. <한겨레>(2020.12.28.)를 보면, 김 선생은 부친에게  한학과 침구학을 배워 1943년 서울 동대문에서 '남수 침술원'을 개업했고, '무극보앙뜸'을 창안하고, 5천여 명의 제자를 기르고, 150만 명에게 무료 시술하였다. 100살에 고향인 장성으로 귀향하여 5년간 봉사하였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촌철살인’의 예문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그의 만화는 촌철살인의 풍자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해학과 유머 속에는 촌철살인의 비수가 숨어 있다.

         그는 촌철살인의 공평(公評)으로 유명한 논객이다.

위 예문을 다음과 같이 고치고 싶다.

그의 만화는 촌철활인의 풍자로 인기를 끄는 중이다.

해학과 유머 속에는 촌철활인의 수(數)가 숨어 있다.

그는 촌철활인의 공평(公評)으로 유명한 논객이다.

부족한 나의 말과 글이 적어도 촌철살인은 아니고 촌철활인이면 좋겠다.

대한민국 103년 11월 01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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