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엔 침묵하면서 ‘로봇 학대’가 논란되는 대선. “지난달 28일 한 로봇 전시회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개 형상의 ‘4족 보행 로봇’을 넘어뜨리는 장면을 두고 일부 언론과 논객이 과격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지난 11월 2일 치 한겨레신문의 사설 제목이고 내용이다.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 현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출처: 한겨레, 2021-11-02.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 현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출처: 한겨레, 2021-11-02.

로봇을 애지중지하는 몇 분에게 물어보고 싶다. ‘로봇 학대’ 논란을 보면서 사고로 또는 직업병으로 목숨 빼앗긴 노동자의 유가족은 어떠한 심리 상황에 부닥칠까? 가까운 장래에 로봇은 노동자의 상전(上典)인가?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다가 동시에 로봇이 고장 나고 노동자가 다치면, 어느 쪽을 먼저 처치(treatment)할까? 로봇이 작업하다가 무엇인가에 깔리면, 재해 유형 중 ‘깔림’ 재해로 분류하자고 주장할까? 그런 주장은 선진국다운 대단한 천명(闡明)일까?

이번에 본 <사망사고 속보> 중 하나는 눈에 띈다. 부상자만 발생한 사고였는데도 속보로 나왔다. 왜 그랬을까?

7일간(10.31~11.06),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 5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가스에 질식한 부상자는 4명이었다. 사망사고 발생의 하루 중의 분포는 오전 1명, 오후 4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목은 2명, 일, 월, 수는 각각 1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과 깔림은 각각 2명, 끼임 1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도 5명(경기와 강원은 각각 2명, 충남 1명)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삼가 정리해본다.

10월 31일(일), 14:42분경 경기 화성시의 집진기(Electrostatic Precipitator) 해체 공사현장에서 집진기의 사다리 울(공간을 격리하는 구조물) 등을 분리하던 중 노동자 1명이 약 2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전기집진기 상부 Earthing Box 내 공구 보관 중 감전.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전기 집진기 안전작업, 2011.
전기집진기 상부 Earthing Box 내 공구 보관 중 감전.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전기 집진기 안전작업, 2011.

11월 1일(월), 17:09분경 경기 화성시의 폐기물 처리 공장 내에서 동료 작업자와 함께 컨베이어에서 이물질을 선별하던 중 재해를 당한 노동자 1명이 컨베이어 하단으로 이물질을 청소하려고 내려갔다가 컨베이어 롤러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1월 3일(수), 14:24분경 강원 원주시의 건물 철거 공사현장 내에서 컷팅기를 사용하여 창고 지붕의 슬래브(slab)를 철거하던 중 슬래브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슬래브 하부에 있던 노동자 1명이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10일 오후 환기구 공사 도중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마포구 공덕역 모습.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출처: 한겨레, :2021-09-10.
10일 오후 환기구 공사 도중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마포구 공덕역 모습.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출처: 한겨레, :2021-09-10.

11일 4일(목), 08:57분경 강원 삼척시의 도로포장 공사현장에서 경사진 산길로 진입하던 레미콘 차량이 10m 낭떠러지로 떨어져 전복되는 바람에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19:15분경 대구시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양생을 위한 보온용 천막을 상층에 설치하던 작업자가 아래층에서 피운 콘크리트 양생용 갈탄 난로에서 나온 가스를 흡입하여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노동자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명피해는 없는데도, 왜 이 사고는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을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노동 현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재해는 중대산업재해이다. 단순화하면, 6개월 이상 치료 필요 부상자 2명은 사망사고 1명에 준한다. 17:11분경 충남 당진시의 상수도 공사현장에서 상수도관 매설 후 굴착기를 이용하여 되메우기 작업을 하던 중 굴착기 후방에서 작업 진행 상황을 촬영하던 노동자 1명이 후진하는 굴착기의 우측 바퀴에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장례식장으로 퇴근한 노동자!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잊지 않으리!

대한민국 103년 11월 10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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