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산재 인정 신청인은 1988년 이후 약 17.9년간 콜타르 정제업과 제철소 내 제관공 업무를 수행한 남성 노동자이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보이지 않는 죽음, 산업재해], 출처: 한겨레, 2018-11-28.
[보이지 않는 죽음, 산업재해], 출처: 한겨레, 2018-11-28.

신청인이 다룬 물질인 콜타르피치(Coal Tar Pitch)는 코크스를 만들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남는 물질이다. 피치(pitch)는 점탄성을 가진 고형(固形)의 중합체(重合體; polymer)이다. 피치는 원유에서 추출한다. 또한, 피치는 철강 제조공정의 부산물인 콜타르의 정제를 통하여 생산된다(www.oci.co.kr). 그 용도는 알루미늄 제련에 쓰이는 전극봉용 바인더, 내화 벽돌용 바인더의 원재료이다. 후자 바인더(결합제)는 비가소성의 입상물(낟알이나 알갱이)에 작업성이나 소지 강도, 건조강도를 부여하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이다(내화물 사전, 조선내화(www.chosunref.co.kr)). 전자 바인더는 전극을 기계적으로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우선 작업 이력과 환경을 보기로 한다. 신청인은 1988년부터 콜타르피치 제조업체 등에서 제조공으로 직무를 수행하였다. 콜타르피치 정제작업 시, 3조 3교대로 1일 평균 8시간, 주 7일 근무, 주 56시간 근무하였다. 작업 장소는 20평 남짓한 공간이다. 신청인은 그 공간에서 지름 2.5m, 길이 5m 정도의 탱크 3개를 한 장소에 두고 탱크 내에 첨가물을 넣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작업 중 냄새가 심하게 났는데도 현장에는 별도의 국소 배기장치가 없었다. 콜타르피치 제조 당시에 사람이 직접 탱크 덮개를 열어 손수 첨가물을 투입하였다. 당시 취급한 물질은 타르, 나프타, 카본 등이었다. 2000년 이후 □사업장에서 설비설치 및 보수 업무를 수행하는 일용직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설비 제관공으로 기계 철거와 설치를 주로 하였다. 2005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총 9.45년간 근무하였다. 신청인은 주로 제강 압연공장의 신축과 보수 업무를 담당했다고 확인되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노란 옷 입은 이)가 지난해 12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포스코 직업성암 전수조사와 안전보건진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출처: 한겨레, :2021-02-18.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노란 옷 입은 이)가 지난해 12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포스코 직업성암 전수조사와 안전보건진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출처: 한겨레, :2021-02-18.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2017년 2월경부터 ‘숨찬 증상’(dyspnea on exertion; 호흡곤란)과 전신 부종이 나타나 연고지의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받다가 ‘단세포성 감마글로불린 병증’(monoclonal gammopathy)이 나타나자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2017년 3월 24일 골수생검과 전기영동(Electrophoresis) 검사를 통해 3월 29일에 다발성 골수종으로 진단받았다. 이후 항암치료를 시행하였다. 의무기록에 따르면, 신청인은 과거 30년간 하루 2갑 정도의 흡연력을 보였다. 음주량은 30년간 매일 소주 0.5~1병 정도였다. 2017년 2월 연고지의 병원에 갔을 당시에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만성폐색성폐질환(COPD) 등이 확인되었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중에 지질 또는 지방 성분이 과다하게 많이 함유된 상태이다. 또한, 과거에 왼쪽 3번째 손가락 절단, 무릎 인대 파열, 발목과 골반의 골절 등으로 수술받은 기록이 나왔다. 그 외 특이 질병력이나 복용하는 약은 없었다.

신청인은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상병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요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포스코 노동자, 신장암 진료 ‘일반 직장인의 1.9배’.   출처: 한겨레, :2021-02-18
포스코 노동자, 신장암 진료 ‘일반 직장인의 1.9배’. 출처: 한겨레, :2021-02-18

2020년 제11회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0.11.20)는 신청인의 다발성골수종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신청인은 만 55세이던 2017년 숨 차는 증상과 전신부종으로 병원에 가서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았다. 둘째, 신청인은 1988년 콜타르피치 제조업무를 시작으로, 약 17.9년간 콜타르 정제업과 제철소 내 일용직으로 제관공 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신청인의 질환과 관련된 직업·환경적 유해인자로는 벤젠, 산화에틸렌, X-선, 감마선 등이 제한된 근거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청인은 원유 정제업에 종사하면서 콜타르에 포함된 벤젠에 노출되었으며 그 노출량이 상당하다고 추정된다. 또한 제철소 내 일용직으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대기 중의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추정된다.

신청인은 2017년 3월 다발성 골수종으로 진단받은 이후 2020년 11월 역학조사평가위 심의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3년 7개월을 보냈다.

대한민국 103년 11월 11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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