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산재 인정 신청인은 병원 중앙공급실에서 8년 이상 의료물품 소독과 세척 업무를 수행한 파견업체 소속 여성 노동자이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단독] 외주화가 키운 ‘불통의 늪’ 죽어도, 메워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주요 사건 사고 현황.   출처: 한겨레, :2021-11-15.
[단독] 외주화가 키운 ‘불통의 늪’ 죽어도, 메워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주요 사건 사고 현황.   출처: 한겨레, :2021-11-15.

우선 작업 이력과 환경을 보기로 한다. 신청인이 2007년 6월 1일부터 □사업장 소속으로 병원 중앙공급실에서 근무하면서 수행한 업무는 의료물품을 소독하거나 거즈와 같은 위생용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업무 순서는 ‘소독할 의료용품을 수거·수령 → 세척 → 소독 준비(포장) → 산화에틸렌(EO; Ethylene Oxide)가스 소독기 또는 스팀 소독기 소독 → 분류와 정리 → 소독한 물품 전달’이었다. 근무시간은 매주 월~금 07:30~18:30, 토요일 08:30~12:30으로 보통 08:30부터 17:30까지(점심 휴식 12:30~13:30) 일 8시간, 주 40시간이다. 조기 출근자는 07:30에 산화에틸렌가스 소독기 내의 가스를 외기로 배출하려고 기기 조작을 한다. 신청인은 환기(ventilation)에는 30~40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멸균기에 게시된 절차 지침에서는 Aerate 정지 후 버튼을 눌러 5~10분 기다린 후 신호음이 울리면 물품을 꺼내라고 한다. 조사 당시 조기출근자가 멸균실 출입 후 소독 물품을 꺼내고 사무실로 되돌아오는 데 약 6분가량 소요되었다. 수술실 물품을 조기출근자가 꺼내놓으면 이후 출근한 노동자들이 꺼내 놓은 소독 물품을 함께 분류하여 멸균실 내 선반에 정리하는 작업을 한다. 산화에틸렌가스 소독기는 14시 30분경 가동을 시작하며 1시간 예열한 후 소독 물품을 넣고 다음 날 오전 조기출근자가 기기를 끌 때까지 가동한다. 신청인은 2주에 1회 빈도로 조기 출근하여 산화에틸렌가스 소독기에서 소독한 물품을 꺼내는 작업을 했다고 하였으나, 사업장 관계자는 지정된 전담자가 휴가 등으로 부재 시에 비정기적으로 수행했다고 한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신청인은 2015년 9월 3일 턱 밑에 만져지는 종괴(腫塊)를 주 증상으로 방문한 이비인후과에서 행한 혈액검사 결과에서 이상소견이 보여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이후 시행한 혈액 도말(塗抹)검사, 유전자 검사, 골수 검사 등을 거쳐 2015년 9월 7일 ‘(저세포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Hypocell AML; Hypocellular acute myeloid leukemia)을 진단받았다. 염색체 검사의 결과는 정상핵형이었다. 클론성(Clonality)과 관련한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클론성(Clonality)은 세포 또는 물질이 하나의 출처 또는 다른 출처에서 파생되는 상태이다.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으려고 항암치료를 수행하였고, 2016년 1월 29일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후 현재까지 추적관찰 중이다.

2015년 3월 고 황유미씨 기일을 맞아 서울 강남 삼성전자 본관 인근에 마련된 반도체 산재 사망자 추모 공간. 한가운데 황유미씨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다. 반올림 제공. 출처: 한겨레21, 2019-03-04.
2015년 3월 고 황유미씨 기일을 맞아 서울 강남 삼성전자 본관 인근에 마련된 반도체 산재 사망자 추모 공간. 한가운데 황유미씨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다. 반올림 제공. 출처: 한겨레21, 2019-03-04.

신청인의 진술과 건강보험 수진 내역에 따르면, 고혈압 외에 특이 질환은 없었다. 병원 진료내역에서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의 과거 감염 소견을 확인하였으나, 그 외 다른 질환은 없었다. 흡연과 음주는 하지 않았으며 이외의 백혈병과 관련된 특이 질환은 없었다. 가족력으로 아버지가 후두암 유병력자였으나 B형 간염바이러스 가족력은 없었고, 형제 중에서도 특이 질환은 없다고 응답하였다. 현재 질환의 치료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방사선 시술과 항암제 복용의 기록은 없었고, 큰 체중 변화나 전신질환은 없었다고 응답하였다

신청인은 과거에 같은 병원 중앙공급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 노동자가 림프종을 진단받은 경우를 봤기에 본인 상병이 중앙공급실에서 근무하면서 노출된 산화에틸렌 등 유해물질로 인해 발병하였다고 생각하여 2018년 8월 5일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폐 치료 중 백혈병까지…“탄광노동자 죽음, 업무상 재해 맞다”/ 서울행정법원. 법원 누리집 갈무리. 출처: 한겨레, :2021-08-23.
폐 치료 중 백혈병까지…“탄광노동자 죽음, 업무상 재해 맞다”/ 서울행정법원. 법원 누리집 갈무리. 출처: 한겨레, :2021-08-23.

2020년 제9회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0.09.18)는 신청인의 급성 골수성백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신청인은 만 47세 되는 2015년 9월 7일 급성 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둘째, 신청인은 파견업체 소속으로 □사업장에서 2005년에 2개월, 2007년 6월 이후 8년 3개월, 총 8년 5개월간 근무하였다. 2006년 6월부터 약 1년간은 환자의 소변, 혈액 등의 검체를 전달하는 의료지원업무를 하였다. 셋째, 급성 골수성백혈병과 관련한 직업·환경적 요인으로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1,3- 부타디엔, 고무생산, 토륨-232, 인-32, 스트론튬-90, 엑스선, 감마선 등이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알려졌다. 넷째, 신청인은 8년 5개월간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벤젠과 산화에틸렌에 지속하여 노출됐다고 보이고, 벤젠의 최대 누적 노출값의 추정치는 7.39 ppm-years이다.

신청인이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라는 점에 주목해야 하리. 신청인은 2015년 9월 급성 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은 이후 2020년 9월 역학조사평가위 심의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5년을 보냈다.

대한민국 103년 11월 15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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