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실 여성 프로젝트 ‘원두막 짓기 워크숍’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간 진행
100명 넘게 신청할 만큼 관심 높아,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호응 얻어

여성이 기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는 현저히 부족했다. 망치, 줄톱, 전동드릴 등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공구들은 ‘여성의 몸’에 적합하게 디자인되지 않았다. 농촌 사회에서 여성 농업인이 절반 가량을 차지한 현실이지만 다수 농기계 역시 여성의 몸에 맞춰 개발되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은 여성이 주체성을 가지고 기술을 향유할 수 없도록 억제했고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수동적인 존재로 남도록 했다.

이에 사회적기업 고래실은 여성이 지속가능한 기술을 향유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했다. 바로 여성 프로젝트 ‘원두막 짓기’워크숍이다.

 

사회적 기업 고래실이 계획한 ‘원두막 짓기 워크숍’이 높은 관심과 호응 속에서 마무리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간 진행된 워크숍에서 여성 참가자들은 직접 익힌 기술로 원두막을 지었다.
사회적 기업 고래실이 계획한 ‘원두막 짓기 워크숍’이 높은 관심과 호응 속에서 마무리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간 진행된 워크숍에서 여성 참가자들은 직접 익힌 기술로 원두막을 지었다.
원두막짓기 워크숍에 참가한 여성이 전동드릴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원두막짓기 워크숍에 참가한 여성이 전동드릴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여성 프로젝트 ‘원두막 짓기 워크숍’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간 진행됐다. ‘여성들이 직접 기술을 익히고 원두막을 짓는다’는 특색있는 취지로 프로그램 시작 전부터 100명이 넘는 신청자가 접수할 만큼 큰 관심이 모였다. 

고래실은 올해 은평시민신문과 상생공동체 프로젝트인 ‘너의 텃밭이 보고싶어’를, 여성기술자 협동조합인 여기공과 함께 ‘원두막 짓기 워크숍’을 각각 진행했다. 농촌 지역이라는 옥천의 특색을 살린 두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을 알리고 공동체를 구현해나가겠다는 목표였다.

당초 고래실은 7월부터 석달 간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로 축소 진행했다. 진일주 적정기술교육강사가 이번 프로그램의 교육 및 진행을 맡았다. 진일주 강사는 전국 각지를 돌며 작은집 운동을 펼치는 등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해오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E.F.슈마허가 책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제시한 ‘중간기술’이라는 개념에서 파생했다. 자원·에너지를 과소비하는 기술이 아닌 지역의 문화, 경제규모, 환경 등 인류에게 적합한 기술을 말한다. 목공기술 역시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기술이자 자립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적정기술이다. 이번 워크숍에서 원두막짓기가 진행된 이유다.

지난달 29일 오전 둠벙에서 이론 교육을 받은 참가자들은 오후에 원두막 작업장인 군북면 이백리 206번지로 향했다. 작업장 바로 옆에서는 고래실과 주민들이 가꾸는 텃밭이 자리해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우선 준비된 자재를 활용해 지오돔(돔 모양의 조립식 건축물) 만들기를 한 이후 본격적으로 목공을 통한 원두막 만들기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원두막의 기초 자재인 목재를 톱으로 절단하거나 전동드릴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평소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용접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낯선 활동이다보니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참가자들은 열성적으로 원두막 만들기를 해나갔다. 

참가자들의 노력으로 이틀만에 다빈치 브릿지(목재를 엮어서 만드는 아치 모양의 구조물이다. 기둥이나 지지대 없이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용도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간이주택, 텐트 등의 용도로도 쓰이고 있다) 형태의 원두막 골격이 완성됐다. 고래실은 내부 기둥 및 천을 씌우는 작업을 차후에 진행한 뒤 원두막을 활용할 계획이다.

참가자들은 ‘여성’들만이 목공 작업을 하고 원두막을 짓는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고. 더불어 여러 기술을 체험하면서 본인의 손으로 직접 원두막을 만들었다는 것이 뿌듯하고 즐거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두막짓기 워크숍에 참가한 여성이 용접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원두막짓기 워크숍에 참가한 여성이 용접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원두막짓기 워크숍에 참가한 여성이 전동드릴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원두막짓기 워크숍에 참가한 여성이 전동드릴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이지영(36, 울산 동구)씨는 “목공에 옛날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할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여자들끼리 원두막을 짓는다고 하니 편하게 느껴져서 신청하게 됐다”며 “함께 만드니 크게 어렵지 않았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김소미(31, 경기 화성시)씨는 “남초회사(남자 직원이 많은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이번 프로그램에 신청했다”라며 “목공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다들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좋다”고 말했다. 

진일주 강사는 ‘기술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사회 통념 자체가 문제라고 봤다. 

진일주 강사는 “기술은 권위적이다. 기술자들 사이에서도 계급적·성차별적인 통념이 이어지고 있다”며 “성별 구분 없이 기술에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는 인간에게 편안함과 친숙함을 준다. 참가자분들이 나무를 활용해 직접 원두막을 만들면서 보람과 안정감을 동시에 느꼈을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고래실 이범석 대표는 “참가자들이 즐겁게 원두막을 짓고 기술도 배울 수 있었다니 기분이 좋다”며 “외지 청년들이 옥천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됐을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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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출처 :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

양수철 옥천신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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