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무엇인가? 약 1년 5개월간 비파괴 검사, 21~22시까지 연장 근무, 철야 근무, 36세 남성, 급성 백혈병 진단 후 30일 이내 숨짐 등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백혈병 노동자는 선박 블록에 대하여 방사선 투과검사, 자분 탐상 검사, 초음파 탐상 검사 등의 작업을 한 남성 비파괴검사원이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물리적 요인이다.

10년간 비파괴 업무를 수행했던 근로자(37세)에게 백혈병 진단 판정. 근로자는 비파괴검사업무중 방사선에 노출되었고, 기록으로 확인된 연간 피폭선량은 12.04 mSv, 5년간 누적선량은 28.84 mSv이나 실제 피폭선량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어 직업병으로 인정. 출처: 전리방사선 노출 근로자 건강관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8-01-24.
10년간 비파괴 업무를 수행했던 근로자(37세)에게 백혈병 진단 판정. 근로자는 비파괴검사업무중 방사선에 노출되었고, 기록으로 확인된 연간 피폭선량은 12.04 mSv, 5년간 누적선량은 28.84 mSv이나 실제 피폭선량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어 직업병으로 인정. 출처: 전리방사선 노출 근로자 건강관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8-01-24.

직업병 인정을 요구한 당사자는 초기에는 노동자 자신이었다가 최종은 백혈병 노동자의 대리인(유족)이다. 왜? 백혈병 노동자는 2018년 5월 11일 급성 골수모세포성 백혈병으로 진단받은 후 채 1개월도 지나지 않은 2018년 6월 7일에 억지로 이 세상을 떠났다. <심의 결과서>를 보면, 백혈병 노동자가 세상을 떠나기 전 작업환경에 대하여 진술한 대목이 나온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까? 이를 지켜본 유가족은 아마도 트라우마로 날마다 참담한 심정이시리라.

우선 작업 이력과 환경을 보기로 한다. 백혈병 노동자는 2011년 12월 15일부터 2013년 4월 30일까지 □사업장에서 비파괴검사원으로 방사선 투과검사(Radiographic Testing; RT), 자분 탐상 검사(Magnetic Particle Testing; MT), 침투탐상검사(Liquid Penetrant Testing; PT), 초음파탐상검사(Ultrasonic Testing; UT)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다. □사업장 입사 초기 3개월 정규 근무시간은 08시부터 18시까지(점심시간 1시간)였으나 대개 21~22시까지 연장 근무를 하였다. 낮에는 초음파검사, 액체 침투검사, 자분탐상검사 등을 하고, 밤에는 방사선 투과검사를 주로 수행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후, 주야간 교대제로 근무했으나 인원 부족으로 실제 주야간 교대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연장 근무, 철야 근무 등을 해가며 작업을 마무리하는 식이었다고 진술하였다. 방사선 투과검사는 주로 Ir-192(Iridium-192; 산업용 비파괴검사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하여 촬영하였고, 2인 1조로 작업하며, 검사 보조자가 장비를 들고 다니며 밖에서 슈팅하고, 검사 팀장이 안에서 필름을 붙였다. 백혈병 노동자가 진술하길, 휴대안전장비를 반드시 가져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알람 모니터만 착용한 채 작업하였고, 작업자가 개인 피폭선량을 초과하면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 피폭선량측정 도구인 열형광 선량계 (ThermoLuminescence Dosimeter; TLD)는 회사에 일괄 보관하고, 기록을 남길 목적으로 잠깐씩 쐬었다. 이에 대해 사업장 측이 진술하길, 작업자들에게 TLD, 포켓 도시미터(pocket dosimeter; 외부 이온화 방사선의 선량 흡수를 측정하는 장치), 알람 모니터 등의 개인 안전보호구를 지급하였고, 방사선 투과검사 시 방사선 차폐용 콜리메이터(Collimator; 視準器; 입사 광선이나 입사 입자의 줄기를 평행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를 사용하였다. 백혈병 노동자와 사업장 측의 진술이 상반되기에, 선박 블록의 방사선 투과검사 시 백혈병 노동자가 격실 내 머물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선실의 격실 크기를 고려한 위치별 방사선량 추정을 통해 작업환경측정을 수행하였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백혈병 노동자는 특별한 병력이 없었는데, 2018년 1월, 발열을 동반한 두통, 기침, 가래, 콧물로 급성 부비동염(副鼻洞炎) 의심 하에 연고지의 내과 의원에서 3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2018년 4월 초부터, 왼쪽 턱 아래 덩이(mass)가 만져진 이후 서서히 그 개수와 크기가 증가하여, 2018년 5월 11일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진료받은 후, 급성 골수모세포성 백혈병으로 진단받고 입원하여 화학요법 치료를 받았다. 호중구(好中球)는 혈액 내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우리 몸을 침범했을 경우 세균을 파괴하고 방어하는 첫 번째 방어선이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2018년 6월 7일, 상기 질환의 합병증인 호중구감소증(Neutropenia)으로 인한 발열이 진정되지 않아 패혈성 쇼크로 이 세상을 억지로 떠났다.

백혈병 노동자는 과거력, 가족력에서 특이 사항은 없었으며, 2011–2014년 건강검진내역에서 특이 사항은 없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에서 ‘요추의 염좌’와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요추와 기타 추간판 장애’ 등으로 치료받은 내역이 있다. 총흡연량은 1갑*11년, 음주량은 주 1~2회이고, 1회 음주 시 소주 2잔가량이었다.

백혈병 노동자는 비파괴검사 작업을 하는 동안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어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신청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 조사를 의뢰하였다.

비파괴검사 공정 개략도.  출처: 비파과검사 산업안전보건관리, 교육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
비파괴검사 공정 개략도. 출처: 비파과검사 산업안전보건관리, 교육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20년 제9회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0.09.18)는 백혈병 노동자의 급성 골수모세포성 백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백혈병 노동자는 만 36세가 되던 2018년에 급성 골수모세포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둘째, 백혈병 노동자는 2011년 12월부터 □사업장에서 약 1년 5개월간 비파괴 검사 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백혈병 노동자의 상병과 관련된 직업적 유해요인으로는 전리방사선이 충분한 근거가 있다. 백혈병 노동자는 비파괴검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었으나 백혈병 노동자의 작업 위치에 따른 피폭선량의 차이가 크다. 최소 선실 내 위치(4.2m)에서 최대 관리구역 거리(35m)를 기준으로 추정한 누적 피폭선량은 최소 0.43mSv~최대 92.12mSv이다. 관리구역의 인과확률은 높지 않으나 선실 내 위치의 인과확률은 높았다. 또한, 동료 노동자의 증언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작업환경을 고려할 때 노출 수준은 더 높았다고 추정된다.

백혈병 노동자가 2018년 6월 7일 억지로 목숨을 빼앗긴 이후 2020년 9월 역학조사평가위 심의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2년 3개월이 떠나갔다. 대리인(유족)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리느뇨.

대한민국 103년 11월 18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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