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시 한편으로 너의 안녕을 빌며 눈물을 보낸다.

 나는 대전역 인근에서 네팔인도레스토랑을 하면서 많은 네팔 이주노동자들과  만나고 그들의 희노애락을 접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어려움을 가능한 해결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나 불가항력에 가까운 일들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끼며 지내고 있다.

 때때로 지인들에게 그 불편을 하소연하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해서 나의 의지와 무관한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받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내가 요청한 도움이라 결국 나의 빚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 나날이 빚을 청산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빚을 늘리며 사는 꼴이다. 한국에 와서 지내는 이주노동자들의 안녕을 빌고 네팔이주노동자들의 무사귀환을 빌어본다.

사진은 지난 7월 30일 휴일을 맞아 식당을 찾아온 선딥과 직장동료 또 다른 네팔인 이주노동자  그리고 아내가 식당 일과를 마치고 대전천 목척교 인근을 산책하면서 찍은 것이다. 노란 셔츠를 입고 승리의 v자 포즈를 취한 친구가 지금은 고인이 된 선딥이다.
사진은 지난 7월 30일 휴일을 맞아 식당을 찾아온 선딥과 직장동료 또 다른 네팔인 이주노동자  그리고 아내가 식당 일과를 마치고 대전천 목척교 인근을 산책하면서 찍은 것이다. 노란 셔츠를 입고 승리의 v자 포즈를 취한 친구가 지금은 고인이 된 선딥이다.

오늘은 최근 대전 인근 한 사업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선딥이라는 이주노동자를 떠나 보낸 후 쓴 조시이자. 송시다.  그는 지금 한국을 떠나 고국인 네팔에 안식처를 찾아 떠나고 없지만 그와 나눈 생전의 기억을 되새기며 안식을 빌어본다.

선딥에게 보내는 편지


김형효

안녕! 선딥!
너는 지금 어디 쯤에 있는 거냐?
간 것은 알지만 어디쯤 가고 있는 건지 나는 알지 못해
갈 때도 말없이 가고
올 때도 말없이 왔던 너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거냐?
지긋이 볼 보조개를 꽃피우며 웃던 너를
속절없이 떠나버린 날 
나는 말없이 입만 굳게 다물고 말았지.
산다는 것이 때로는 죽음보다 무서운 형벌인 것을
산다는 것이 가끔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그렇게 입 다물어야 한다는 것을
히말 등성을 넘어와서 
따뜻한 바람같은 웃음으로 인사하던 네가 가르쳐주고 가는구나.
나는 몰랐다.
너의 그 밝고 맑은 웃음의 의미를
때로는 가혹한 슬픔을 품에 안고 울어오는 웃음이 있다는 것을

지난 7월 30일 대전천을 산책하며 대전 청소년유스센타 앞에서 찍어준 사진이다. 
지난 7월 30일 대전천을 산책하며 대전 청소년유스센타 앞에서 찍어준 사진이다. 

선딥! 잘 간 것이지.
너의 고향 너의 고행이
이제는 멈춰선 것이겠지.
가고 난 자리에서 난 울지도 못하고 
너를 기다리고 기다리지만
나는 가혹한 너의 안부를 알고 있단다.
네가 간 히말 넘어 저 멀고 먼 그 자리에서
너와 내가 만나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리리라는 것을
안녕! 선딥!
잘 가라.
부디 그곳에서 
너의 따뜻한 웃음이 세상을 밝게 비춰주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렇지 못하다 해도
나는 굳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어
그저 네가 가는 그 자리에서 너의 따뜻한 안녕을 빌 뿐이구나.
부디, 안녕!
부디, 평안하기를.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tiger3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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