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게 하면 꽃게를 먼저 떠올린다그러나 게의 종류는 아주 많다거미게, 길게, 꽃게, 달랑게, 돌게, 대게, 참게, 홍게 등 수없이 많다.

게에 관한 기록을 보면 1908년 안국선의 풍자소설 금수회의록에 게가 등장한다.
배알도 없이 외세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에게 창자 없는 게보다 못하다고 욕을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무장공자(無腸公子)라고 표현했다무장공자란 번지르르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외모는 공자 같지만, 속에는 창자가 없음을 빗대어서 하는 말이라고 한다.

게를 두고는 참 많은 말들이 있다.
게의 눈은 툭 튀어나와 있어서 이 눈을 두리번거리는 모양이 요사스럽게 곁눈질하는 듯 보여 의망공(倚望公)이라 불렀고, 바르게 가지 못하고 옆걸음친다 하여 횡보공자(橫步公子)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였다. 체면도 없이 급하게 밥을 먹는 사람을 두고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라거나 게 뻘 집어 먹듯 한다는 말도 있다.

 

꽃게 그림
꽃게 그림

 

뻘 집어먹듯 한다는 말은 게가 두 개의 큰 발로 쉼 없이 뭔가를 집어다 입에 넣는 것을 빗대어 빠르게 먹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겉만 반지르르하고 실속이 없는 사람을 두고는 보름게 잡고 있다고 하는 말도 있는데 음력 보름이 되어 달이 밝으면 야행성인 게는 먹이활동을 멈추고 며칠이고 굶기 때문에 살이 빠져 아주 야윈 상태가 된다.

고전번역서인 의림촬요 제11에는 임신 중에 게螃蟹를 먹으면 아이가 옆으로 나온다는 재미있는 말도 있다게 발 들고 동동주 천 잔을 마시니(淥螘千桮蟹兩螯)라는 시구가 있는 것을 보면 그 맛을 가히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게는 늦여름에 매미가 허물을 벗는 것과 같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벌래 蟲 자에 풀 解 자가 더해져 게 蟹 자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게장을 두고는 밥도둑이라고 한다그만큼 맛이 좋아 밥을 많이 먹기 때문에 생겨난 말일 것이다.

아래의 시는 게와 연관이 있어 여기에 적어 본다고전번역서 계곡집 30권에 실려 있는 글이다.

동틀 무렵 말 타고 도성 문 빠져나와 / 平明騎馬出都門
십 리 교외 다다르니 울창한 뽕나무밭 / 十里郊墟桑柘繁
화악산 맑은 구름 먼 골짝에 서성이고 / 華嶽晴雲迷遠壑
행주 고을 차가운 날 외로운 촌락 보이누나 / 幸州寒日見孤村
남새밭과 밤나무 가을 맛이 물씬하고 / 畦蔬園栗供秋味
닭과 곁들인 풍성한 저녁 밥상 / 黃鷄入晚飱
정취 그윽한 우리 주인 얼마나 또 멋있는지 / 更喜主人多雅趣
처마 밑에 멍석 깔고 바가지 술 주고받네 / 茅簷展席對匏樽

, 게 반찬이 있어 풍성한 저녁 밥상, 맛이 좋은 게 반찬이 있어 저녁을 먹는데 더 이상의 반찬이 필요 없음을 말한 것 같다.

고전번역서 계곡집31권에 실려 있는 글이다.

그대에게 낙착(落着)된 종성 원님 자리 / 鍾城擇守竟歸君
시종신(侍從臣)에 베푼 은혜 누가 감히 넘보리요 / 貂玉恩光逈出群
성군(聖君)이 깊이 인정하는 우리 필 학사 / 聖主深知畢學士
이 장군 부임하니 흉노 응당 피하리라 / 匈奴應避李將軍
삼통에 뿔피리 소리 눈 덮인 관새(關塞) 뒤흔들고 / 三通畫角吹關雪
열 개 부대 붉은 깃발 군진(軍陣) 속에 나부끼리 / 十隊紅旗拂陣雲
그저 변방 백성 길이 안정시키시고 / 但使邊民長按堵
명검으로 별난 공훈 세울 생각 마오시라 / 不須鳴劍辨奇勳

, 필 학사(畢學士)

술을 끔찍이도 좋아하면서 예속(禮俗)에 구애받지 않는 인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필 학사는 진() 나라의 이부랑(吏部郞) 필탁(畢卓)을 가리킨다.

주호(酒豪)였던 필탁(畢卓)은 남의 집 술을 밤에 훔쳐 먹다가 붙잡힐 정도로 술을 좋아하였는데, “오른손에 술잔 왼손에 게 집게다리를 잡고서 술 못 속에서 퍼마시다 죽으면 충분하다고했던 그의 말이 전한다.

(우수지주치, 좌수지해오, 박부주지중, 편족료일생, (右手持酒卮 左手持蟹螯 拍浮酒池中 便足了一生)

필탁(畢卓)은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술을 수백 곡의 배에 가득 싣고 사철의 맛 좋은 음식들을 배의 양쪽 머리에 쌓아두고 오른손으로는 술잔을 들고 왼손에는 가재를 들고서 술 실은 배에 둥둥 떠서 노닌다면 일생을 마치기에 넉넉할 것이다.得酒滿數百斛船, 四時甘味置兩頭, 右手持酒杯, 左手持蟹螯, 拍浮酒船中, 便足了一生矣.라고 했던 데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필탁은 정말로 술을 좋아했었던 것 같다술 못 속에서 술을 마시다 죽으면 충분하다고 할 정도로 술을 즐겼던 것 같다.

아래 글은 고전번역서 옥담시집에 실려 있는 글이다.

[]

게가 광주리 안에 있으니 / 郭索登筐筥
기이한 모양 신기하구나 / 多看狀貌奇
옆으로 걸어 팔자 다리 벌리고 / 橫行張八脚
씩씩한 모습이라 두 집게다리 / 雄悍巨雙肢
껍질 속 향긋하고 노란 게장 / 香滑鉤金醬
다리 속 부드럽고 흰 맛살 / 甘柔嚼雪肌
주문에서 대뢰를 먹는 이들은 / 朱門大牢客
이 맛을 아는 이가 드물리라 / 玆味鮮能知

, 주문(朱門) : 붉은 칠을 한 문이란 뜻으로, 권귀(權貴)나 부호(富豪) 의 집을 가리킨다.

, 대뢰(大牢) : 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때 소돼지를 한 마리씩 쓰 는 것으로 가장 큰 제사이다. 여기서는 매우 성대한 음식을 뜻한다.

아래 글은 고전번역서 대동야승 해동잡록 3 본조에 실려 있는 글이다.

불거진 눈은 누구의 원한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 不知睅目緣誰怨
우선 옆으로 기는 것은 무엇에 놀랐나 묻고 싶다 / 且問橫行有底驚

 

마광남 주주통신원  wd3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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