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점심식사를 하러 갔던 집 인근의 B죽집에서 있었던 유쾌한 일이다. (집사람은 수영강습이 오후 2시에 있어서 집에서 간단히 먹는다고 해서 혼자 나옴)

집을 나서면서 무얼 먹을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따스한 호박죽이나 먹을까하고 집 인근의 수지구청역(지하철) 근처 B죽집에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안지나 나온 하얀 새알(=진짜 '새알' 아님)이 들어간 뜨끈뜨끈한 노란 호박죽을 맛있게 다 먹고나서 잠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가게 입구 쪽의 테이블에 앉은 여인과 중년의 주인 남자가 조그맣게 옥신각신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잣죽이 아니고 팥죽 시켰는데요."(여인)
"아까 두번이나 확인해서 잣죽 만들어왔는데요."(주인)
"분명히 팥죽이라고 했잖아요?"(여인)
"그럼, 지금이라도 팥죽 만들어 드릴게요."(주인)

'그러니까, 저 여인이 마스크를 쓰고 주문을 해서 주인이 말을 잘못 알아들었나 보군...'(나의 생각)

그런데 여인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는지, 잣죽을 먹겠다고 카운터로 돌아간 주인 남자에게 말하자, 주인은 팥죽이 곧 되니 잠깐 기다리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여인도 지지않고 '그냥 잣죽을 먹을테니 갖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주인남자는 "여기 잣죽 맛없어요."라고 응수를 했는데, 이 말에 그만 가게에 있던 (나를 포함한) 손님들 대여섯명이 '~'하고 웃음보가 터졌다.
나는, 고개를 돌려 계산대 쪽의 주인에게 "저 손님이 아주 시장하신 모양이니, 그냥 그 잣죽을 주시구려~"하고 거들었다.

쥔 남자는 머리를 살짝 긁으며, 조금 겸연쩍은 표정으로 곧 잣죽을 그 손님에게 배달하고나서야 상황은 유쾌하게 마무리 되었다. (주인 남자가 돌연 '여기 잣죽이 맛없다'고 말한 이유가 끝까지 책임지려는 프로 의식의 발로[發露]임을 다들 눈치채고 있기에 나온 웃음이었다)

나도 기분좋게 "잘 먹었어요."라고 크게 말해주고 가게를 나섰다. ", 고맙습니다."라는 쥔 남자의 씩씩한 응대 목소리를 뒤로 하면서~ ^^

웃는 모습 그리는 동안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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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허익배 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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