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별빛 아래  /
소곤소곤 소곤대는 그날 밤/
천년을 두고 변치 말자고/
댕기풀어 맹세한 님아/
사나이 목숨 걸고 바친 순정/
모질게도 밟아 놓고/
그대는 지금 어디서 단꿈을 꾸나 /
야속한 님아 무너진 사랑탑아/

위 노래말은  1961년 반야월 작사, 나화랑 작곡,  남인수 노래의  '무너진 사랑탑'  제1절이다.

사랑에 속은 사나이의 원망 서린 절규다.

두 사람은 사랑을 맹세했다. 별빛이 반짝이는 어느 날 밤이다. 두 사람은 별이 반짝반짝 하듯 소곤소곤 대며 사랑을 속삭였다. 그녀는 댕기를 풀어 맹세했다. "천년을 두고 영원히 변치 말자"며...

하나, 그 뒤 그녀는 그 맹세를 저버렸다. 

그래서 사나이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사나이 목숨 걸고 바친 순정 모질게도 밟아 놓고, 그대는 지금 어디서 단꿈을 꾸고 있나?!" 

숙맥만큼이나 순진한 사나이, 목숨 걸고 바친 그 순정을  그녀는 모질게 밟아 놓았다. 여기 '모질게'란 몹시 매섭고 독하다는 뜻으로 매정스럽단 말이다. 굴뚝 같이 믿었던 약속이 짓밟히는 순간, 사나이의 마음은 무너지는 듯 했다. 

작사자는 이를 "야속한 님아, 무너진 사랑탑아"라 했다.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라고 했는데, 댕기까지 풀어 가며 맹세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니...

다음 2절은 이렇게 이어진다.

달이 잠긴 은물결이/
살랑살랑 살랑대던 그 날 밤/
손가락 걸며 이별 말자고 /
눈을 감고 맹세한 님아 /
사나이 벌판 같은 가슴에다 /
모닥불을 질러 놓고 /
그대는 지금 어디 행복에 잠겨 있나 /
야멸찬 님아 깨어진 거문고야/

1절에선 사랑의 장소가 '반짝이는 별빛 아래'라 했다. 구체적으로 그 장소가 보리밭인지 그렇잖으면 물방앗간인지 알 수 없다. 하나 여기선 '달이 잠긴 은물결이 살랑살랑 살랑대던 그 날 밤'이라 했으니 그곳이 물가임을 알 수 있다. 달이 물에 잠겨 달빛 은물결이 마치 사랑의 속삭임이듯 살랑살랑 살랑대던 그 날 밤!
 
여기 '살랑살랑'은 위의 '소곤소곤'과 대가 된다. "우리 헤어지지 말아요!" 손가락 걸며 눈을 지그시 감고 맹세했다. 위에서 댕기 풀고 맹세했다면 여기선 손가락 걸며 눈을 감고 맹세했다고 했다.
이 또한 대구(對句)다.

그런 그녀가 사나이 가슴, 벌판 같은 가슴에다 모닥불을 질러 놓고 지금 어디로 가서 행복에 잠겨 있나?!  참으로 야멸차다! 깨어진 거문고야!

모질게와 야멸찬, 무너진 사랑탑과 깨어진 거문고, 모두 대가 된다. 여기 '야멸찬'은 '야멸차다'의 형용사로 태도가 차고 야무진 상태를 말한다.

봄바람에 실버들이/
하늘하늘 하늘대는 그 날 밤 /
세상 끝까지 같이 가자고/
눈을 감고 맹세한 님아 /
사나이 불을 뿜는 그 순정을 /
갈기갈기 찢어 놓고 /
그대는 지금 어디 사랑에 취해 있나 /
못 믿을 님아 꺾어진 장미화야/

마지막 3절이다.

실버들이 봄바람에 하늘하늘 하늘대는 밤이다. 세상 끝까지 즉, 죽을 때까지 함께 가자고 맹세했다. 눈을 감고. 하나, 그녀는 지금 곁에 없다. 그는 외친다. 

"사나이 불을 뿜는 그 순정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그대는 지금 어디 사랑에 취해 있나?" "못 믿을 님아 꺾어진 장미화야"

꺾어진 장미화! 최인옥 씨의 소설 <벌레 먹은 장미>를 떠올리게 한다.

무너진 사랑탑, 깨어진 거문고, 꺾어진 장미화!
야속한 님, 야멸찬 님, 못 믿을 님!
그대는 지금 어디서 단꿈을 꾸고 있나? 행복에 잠겨 있나?
사랑에 취해 있나?

그럼, 직접 요요미의 육성으로 이 노래를 들어보자!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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