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11.28~12.04), 노동자 15명이 목숨을 빼앗기다니, 슬프고 슬프도다. 노동자의 생명은 일회용 반창고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사망사고 발생의 하루 중의 분포는 오전 9명, 오후 6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수요일 6명이다. 그날 하루에 노동자 6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우리가 먹는 밥이 피로 물든 밥이라고 어찌 말하지 못하겠는가. 검은 상복을 입어야 하는 수요일이다. 목 3명, 일과 화는 각각 2명, 금과 토는 각각 1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8명, 깔림 4명, 끼임 3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3명(서울 2명, 울산 1명), 광역도 12명(경기 6명, 강원과 전남은 각각 2명, 충북과 경남은 각각 1명)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삼가 정리해본다.

‘김용균 죽음’ 재판에 선 원청 “위험하게 일하라 한 적 없다” /[김용균 3주기] 한겨레, 업무상과실치사 공판 취재 / 이미지 일러스트 작가 ‘마법사’. 출처: 한겨레, :2021-12-06.
‘김용균 죽음’ 재판에 선 원청 “위험하게 일하라 한 적 없다” /[김용균 3주기] 한겨레, 업무상과실치사 공판 취재 / 이미지 일러스트 작가 ‘마법사’. 출처: 한겨레, :2021-12-06.

11월 28일(일), 07:42분경 경기 하남의 청소작업 현장에서 화단의 쓰레기를 수거하려고 화단으로 진입하던 중 화단 측면 4m 아래 주차장 진입통로로 떨어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13:54분경 충북 영동의 토목공사 현장에서 덤프트럭으로 토사를 내리려고 덤프 적재함을 올리던 중 덤프트럭이 보조석 쪽으로 넘어져 운전자가 깔리어 부상을 당하고 치료 중에 목숨을 빼앗겼다.

11월 30일(화), 9:30분경 강원 강릉의 지붕 철거작업 현장에서 건물 대부분이 화재로 인해 타서 내부 기계설비를 밖으로 꺼내는 작업을 하다가 철거 중이던 컨베이어에 깔려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12:50분경 충남 보령의 상차작업 현장에서 선박용 닻을 화물차에 싣던 중 카고크레인(cargo crane; 이동식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 닻의 위치조정을 하던 재해자가 바람에 흔들린 닻과 적재함에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2월 1일(수), 08:30분경 경기 파주의 사업장 내 기숙사 건물에서 옥상 위 우수배관의 규격을 확인하던 중 단부(斷部)에서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1:00분경 전남 영암의 브릿지(bridge) 설치작업 현장에서 라싱브릿지(Lashing Bridge: 선박에 층층이 쌓인 컨테이너를 손으로 고정하지 않고 자동으로 고정하기 위한 선박의 컨테이너 고정 장치)의 상부를 결합하려고 용접작업을 하던 중 강풍으로 인해 하부 용접부분이 파단되는 바람에 라싱브릿지가 전도되면서 작업자가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1:56분경 울산의 지붕 빔 철골 설치 현장에서 크레인으로 빔 철골 자재를 끌어 올리던 중 돌풍으로 인해 회전한 자재에 부딪혀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8:41분경 경기 안양의 신축공사 현장에서 로더(loader) 운전자의 옷깃이 작동 레버에 걸리면서 급발진한 로더에 전방에 위치하던 노동자 3명이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노동자 3명이 목숨을 빼앗기는 중대재해 사고 후 2일에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발언은 사고 원인의 ‘노동자 환원론’으로 읽힌다. <윤 후보는 이날 사고 원인을 현장 노동자인 운전자에게로 돌려 논란을 빚었다. 윤 후보는 “운전자가 롤러 시동을 끄고 내려야 하는데, 아마 그대로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기어만 중립에 두니까 하차하는 과정에서 옷이 기어에 걸려 롤러가 그냥 앞으로 진행했다”며 “운전자가 시동을 끄고 내리기만 했어도, 간단한 실수 하나가 정말 엄청난, 비참한 사고를 초래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안타깝다”고 했다.>(한겨레, 2021-12-02). 참으로 위대한(??) 산업재해 관이다. 윤 씨는 ‘피로 물든 성장’(bloody growth)은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으리라. 그의 말은 사용자가 주로 주장하는 언사이다. 그가 만난 사람은 대부분 CEO였으리라.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모르는 어떤 사람이 만나는 인사를 보면, 그 사람이 누군지가 드러난다.

12월 2일(목), 08:00분경

김용균과 한국발전기술에서 함께 일했던 이인구씨가 지난달 27일 전북 군산에 스스로 만든 산재 피해자 추모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 한겨레, 2021-12-06.
김용균과 한국발전기술에서 함께 일했던 이인구씨가 지난달 27일 전북 군산에 스스로 만든 산재 피해자 추모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 한겨레, 2021-12-06.

경기 파주의 다세대 신축공사 현장에서 윈치(winch; 밧줄이나 쇠사슬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기계)가 작동되지 않아 최상부에 올라가 윈치 상태를 확인하던 중 노동자 1명이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09:08분경 서울의 아파트 인테리어 현장에서 발코니 난간대(欄干臺)에 윈치 설치 후 창호를 끌어올리던 중 난간대가 탈락하면서 작업자 2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2월 3일(금), 10:40분경 강원 인제의 울타리 설치 현장 내에서 지장을 초래하는 나무를 제거하려고 굴착기 버킷(bucket; 바가지)에 탑승하여 벌목작업을 하던 중 벌도목이 넘어지면서 벌도목과 버켓 사이에 노동자 1명이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2월 4일(토), 13:00분경 전남 화순 벌목현장 내에서 장비를 이용하여 벌도목을 운반하던 중 경사면에서 노동자 1명이 미끄러져 장비와 함께 약 30m 아래로 굴러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장례식장으로 퇴근한 노동자!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잊지 않으리! 대한민국 국가는 산재 유가족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하려 하는가?

대한민국 103년 12월 09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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