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 드셨어요?”, “식사 하셨습니까?”, “밥 먹었니?”, “언제 밥 한번 먹자.” 우리는 누구를 만나든지 이렇게 안부를 묻습니다. 그만큼 식사, 밥을 귀하게 여겨왔다는 의미지요. ‘밥만 먹고 사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그 의미가 줄어들지 않습니다.

밥에 김치, 나물 두어 가지, 된장찌개, 생선이나 고기 조금. 가장 좋아하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밥상입니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잘 지은 밥일 것입니다. 하지만 되지도 질지도 않게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밥을 짓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서귀포에 좋아하는 펜션이 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방송작가와 여행 작가 겸 재난구호활동가가 장기간 머무르면서 책을 집필했을 만큼 조용하고,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이지요. 그곳에 기업 회장들도 때때로 머물르곤 했는데 그들이 떠난 다음에야 주인을 통해서 소식을 들었습니다.

연세가 많은 모 회장은 늘 간호사와 함께 와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잔 멸치랑 강황가루를 넣어서 밥을 짓는다고 했지요. 그 말을 듣고, “뭐 밥을 짓는데 그렇게 까지?”했더니 강황이 치매를 예방하고, 잔멸치가 칼슘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암보다도 치매가 더 잔인하고, 끔찍한 병일 수 있다. 또 소화력이 떨어진 노인에게는 멸치볶음보다 밥에 들어간 잔멸치가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사진 출처 ㅣ https://pixnio.com/ko/%EC%8B%9D%ED%92%88-%EB%B0%8F-%EC%9D%8C%EB%A3%8C/%EA%B3%A1%EB%AC%BC-%EC%82%AC%ED%94%84%EB%9E%80-%EB%B0%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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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년 전부터는 강황이랑 잔멸치를 넣고 밥을 짓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그릇에 담으면서 , 금보다 비싼 샤프란을 넣은 것 같지 않아?”하면서요. 그런데도 기억력이 영 신통치 않습니다. 자꾸 깜빡깜빡합니다. “아빠가 그렇게 말했잖아”, “내가 여러 번 말했는데 생각 안나?”라는 말을 들을 때면 아주 당혹스럽습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 그럼 카레를 즐겨먹는 인도나 일본에는 치매환자가 없어야 하는데. 올해 들어서는 강황, 잔멸치 외에 다시마도 한 장씩 넣어서 밥을 짓습니다. 아이한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조금씩이나마 매일 운동을 하고, 이 밥을 먹습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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