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가끔, 지금은 자주 생각한다. 석가모니, 노자, 공자, 예수, 마호메트가 설파한 말씀과 행동을 본받으려고 한 번이라도 마음먹지 않은 사람은 누구일까?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변하는 4계절의 순환을, 여린 떡잎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오직 자기 힘으로 땅거죽을 걷어 올림을, 아스팔트 틈에 쌓인 한 줌 흙에서도 자라나는 풀과 그 꽃을, 월출산 거대한 바위 틈새에 멋지게 선 소나무를 보고서도 가슴이 울리지 않는 사람은 어떤 심리일까? 그들을 목석과 같다고 봐도 큰 잘못은 아니겠다.

광주 용봉동 비엔날레 본전시관 1전시실에 내걸린 1950년대 추정 국내 무속도. 예수, 석가, 공자가 함께 어울려 3대 무속신으로 등장하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롭다. 가회민화박물관 소장품이다. 출처: 한겨레, 2021-04-12.
광주 용봉동 비엔날레 본전시관 1전시실에 내걸린 1950년대 추정 국내 무속도. 예수, 석가, 공자가 함께 어울려 3대 무속신으로 등장하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롭다. 가회민화박물관 소장품이다. 출처: 한겨레, 2021-04-12.

삶의 교훈은 누가 가르쳐줘서 알기보다는 각자 일상생활에서 찾아진다. 몇 개 적어본다. 하루에 만 보를 걷는다. 아침 일찍 일어난다. 매일 누군가에게 연락한다. 글짓기를 한다.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한다. 몸무게를 줄인다. 음식을 절제한다.

스스로 찾은 교훈임에도 끊임없이 실천하기는 어렵다. 이를 잘 표현한 사자성어가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단단히 다 잡은 마음의 지속 기간은 사흘에 불과하다. 작심은 그저 ‘일어난 마음’(심지소발, 心之所發)일 뿐이다. 아직 실천으로 옮기지 않았음을 내포한다.

작심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기억 공간, 즉 기억의 창고가 꽉 찬다. 뇌는 소라의 껍데기처럼 빙빙 비틀려 돌아간 모양으로 공회전한다. 뇌의 회로가 엉킨다. 듣고 보는 사물이 부호화가 잘 안 된 채 기억의 창고로 들어온다. 저장된 정보를 인출(引出)하려고 하면 버벅거리고 우왕좌왕하기에 십상이다. 이는 피로의 누적으로 이어진다. 뇌가 쉴 공간과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천사섬 분재공원에 핀 애기동백. 허윤희 기자. 출처: 한겨레, 2021-12-17.
천사섬 분재공원에 핀 애기동백. 허윤희 기자. 출처: 한겨레, 2021-12-17.

한편 휴식(休息)의 실천 준칙(rule)은 두 가지이다. 제1준칙은 휴(休)이다. 한자 休를 분해하면, 休={人, 木}이다. 인간은 모름지기 나무가 우거진 숲을 가까이해야 한다. 숲은 산소와 피톤치드(Phytoncide)의 보고이다. 피톤치드는 살균·살충작용을 하고 공기를 깨끗이 한다. 덕분에 머리가 맑아진다. 또한 숲에서 맞이하는 대낮의 햇볕(양, 陽)과 햇빛(일광, 日光)은 은은하다. 이른바, 양광(陽光)이 좋다. 볕은 따뜻함이다. 가시광선의 적색 바깥쪽 적외선은 열작용을 한다. 자외선은 화학작용을 한다. 자외선을 쐬면 피부에서는 비타민D가 생성된다. 지나치게 쐬면 피부에 기미와 주근깨가 생긴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뇌에 존재하는 세로토닌의 생성에는 햇빛이 필요하다. 일조량이 적은 가을과 겨울에는 마음이 가라앉는다. 오후 4시면 세상이 어두컴컴해지는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주민은 겨울에 정서장애가 상당히 심하다. 요컨대, 숲속의 은은한 양광은 비타민D와 세로토닌의 생성에 이바지하고, 숲속 피톤치드는 공기를 정화하기에 산에 다녀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제2준칙은 식(息)이다. 제대로 쉬려면, 숨을 잘 쉬어야 한다.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가? 한자 息을 분해하면, 息={自, 心}이다. 自는 원래 사람의 코를 정면에서 본뜬 글자이다. 사람은 코를 가리켜 자기를 나타내기도 하고, 코로 쉬는 숨은 스스로 저절로 이뤄지기에, 自의 뜻은 ‘스스로’, ‘저절로’로 확장되었다. 息은 코로 호흡할 때 마음을 정성껏 모아야 함을 뜻한다. 잘 쉬려면, 호흡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학교가 전면등교를 시작한 11월 22일 낮 서울 마포구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출처: 한겨레, 2021-12-21.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학교가 전면등교를 시작한 11월 22일 낮 서울 마포구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출처: 한겨레, 2021-12-21.

많은 사람이 정보 과잉의 시대에 휴식의 실천 준칙을 모를 리 만무하다. 왜 스트레스와 피로의 누적으로 힘든 심리상황에 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가? 휴(休)와 식(息)을 그저 작심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한 탓이다. 지금, 이곳의 각종 휴식법이 성공하려면, 그 대전제는 실천이다. 휴식법이 좋고 나쁨은 큰 논란거리가 아니다.

‘실천’(實踐)에서 한자 踐의 왼쪽 부분은 발족(足)이다. 踐은 그 뜻이 발로 밟거나 디딤이다. 실천의 세세한 징표는 발놀림이다. 휴식하려면, 발을 내디뎌 숲속으로 가고(제1준칙), 두 발로 걸으면서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제2준칙).

결국 스트레스와 피로를 떨쳐버리는 최고의 휴식법은 ‘소소한 실천’이다. 어떻게 실천 의지를 북돋우느냐는 별도의 문제이다.

대한민국 103년 12월 23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이 글은 <토요일 행복한 독서>(심미안, 2019.11: 326-328)에 실린 글입니다.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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