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올해 마지막으로 <한겨레:온>에 올리는 현장에서 목숨 빼앗긴 노동 열사의 상황이다. 낱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문단 하나하나를 애도하는 심정으로 쓰려고 노력했다. 그런 정성이 아직은 매우 부족한가 보다. 12.19~12.25 기간에 10명이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그중 60%인 노동자 6명이 경기도에서 목숨을 빼앗겼다. 경기도가 경제활동이 활발해서 그런가. 생명을 잃는다면, 그 활발함이 무슨 의미를 띄겠는가.

사망사고 발생의 하루 중의 분포는 오전 7명, 오후 3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수와 금은 각각 3명, 일, 월, 목, 토는 각각 1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7명, 깔림 2명, 부딪힘 1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3명(서울 1명, 인천 2명), 광역도 7명(경기 6명, 강원 1명)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삼가 정리해본다.

12월 19일(일), 13:45분경 경기 남양주시의 어떤 창호교체 현장 내에서 건물 벽면 2층 창호교체 작업 상태를 확인하려고 공장 2층 작업 구간을 확인하던 중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건설기계·장비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작업가이드(고소작업대-차량탑재형). 2018.09.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건설기계·장비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작업가이드(고소작업대-차량탑재형). 2018.09.

12월 20일(월), 09:12분경 인천의 어느 공사현장 내 고소 작업대에 탑승하여 유리를 설치하던 중 약 1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또한, 부상자는 1명이다.

12월 22일(화), 11:35분경 경기 시흥시의 어느 5층 냉난방기 설치현장 내에서 배관작업을 하려고 차량 탑재형 고소 작업대에 탑승하여 건물 외벽 타공(打孔; 막힌 부분을 뚫어 구멍을 냄) 위치로 이동하던 중 차량이 전도되면서 작업대에 탑승 중이던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5:27분경 강원 강릉시의 어떤 도로공사 현장 내에서 도로 방향 표지판 설치작업 중 넘어져 옹벽 아래 산비탈로 굴러 떨어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13:45분경 경기 의정부시의 어느 골재채취 현장 내에서 덤프트럭이 골재 생산에 필요한 토사를 하차하고 이동 중 신호수와 부딪혔다.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12월 23일(목), 11:39분경 인천광역시의 어느 호안(護岸; 강이나 바다의 기슭이나 둑 따위가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 축조 공사 현장 내에서 호안 복합매트 자재를 정리하던 중 약 5m 높이 상판에서 떨어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이 사고는 발생 후 4일이 지난 27일에 <사망사고 속보>로 올라왔다.

지게차의 구조.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건설기계 운전자 안전작업 가이드, 2020.09.
지게차의 구조.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건설기계 운전자 안전작업 가이드, 2020.09.

12월 24일(금), 10:30분경 경기 화성시의 어느 야적장에서 지게차 백레스트(Backrest)에 슬링벨트(sling belt)로 철근 다발을 묶어 철근 다발 위치를 조정하던 중 지게차가 전도되어 깔려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벡레스트는 지게차로 화물 또는 부재 등이 적재된 팔레트를 싣거나 이동하려고 마스트(Mast)를 뒤로 기울일 때 화물이 마스트 방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짐받이 틀이다. 10:55분경 경기 화성시의 어느 제조공장에서 물탱크를 가로로 세워 상부에서 용접작업 중 물탱크가 기울어지는 바람에 4.1m 아래로 떨어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11:25분경 경기 양평군의 어떤 공사현장에서 2단으로 적치된 목재 더미의 고정 밴딩(banding)이 풀리자 하부에서 목재 정리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무너지는 목재 더미에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화단턱을 올라타며 지게차 넘어짐.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건설기계 운전자 안전작업 가이드, 2020.09.
화단턱을 올라타며 지게차 넘어짐.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건설기계 운전자 안전작업 가이드, 2020.09.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절인데도 노동은 멈추지 못한다. 더불어 목숨 빼앗긴 노동자의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예수님이 못 박힌 십자가와 노동자가 짊어진 십자가는 서로 다를까? 아마도 아니리라. 12월 25일(토), 10:05분경 서울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벽면 견출작업 중 바닥의 정화조 개구부로 3.6m 높이에서 떨어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견출(見出; 일본식 건축용어)은 콘크리트 벽면의 요철(凹凸)을 그라인더로 갈아 내고 시멘트, 고운 모래, 물을 혼합해 요철 부분에만 평탄하게 처리하고, 나머지는 붓으로 시멘트 풀(시멘트+물)을 칠하는 작업이다. 한편, 미장은 시멘트, 모래, 물을 혼합하여 벽체에 바르는 작업이다.

장례식장으로 퇴근한 노동자!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잊지 않으리!

대한민국 103년 12월 30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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