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長魚)

장어는 말 그대로 뱀처럼 몸이 긴 물고기다.

우리가 꼼장어라고 부르는 먹장어는 몸이 길어서 장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장어도 아니고 어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어류, 즉 물고기는 턱뼈가 있는 악구상강(顎口上綱)에서 경골어류와 연골어류로 나누는데 먹장어는 턱뼈가 없다.

먹장어는 생김새가 혐오스러워 다른 나라에서는 먹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이런 먹장어를 잡았던 것은 핸드백,구두,지갑 등 고급 피혁 제품의 재료로 쓸 가죽을 얻기 위해 잡기 시작했다.  해방 후 먹거리가 적을 때 가죽을 벗긴 고기를 구어 먹어 본 결과 맛이 좋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꼼장어라고 부르는 먹장어를 완도 지방에서는 미검장어라고 부른다.

그림 1 먹장어
그림 1 먹장어

장어는 야행성이라 모랫바닥에 구멍을 뚫고 몸을 반쯤 숨긴 채 낮 시간을 보낸다. 밤이 되면 구멍에서 나와 활동하고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는다. 갯장어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 아주 사납다.  사람을 물기도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입은 돼지같이 길고 이빨은 개같이 고르지 못한 모습을 개에 비유해 견아려(犬牙鱺)라 쓰고 속명을 개장어(介長魚)라고 하였다.

그림 2 개장어
그림 2 개장어

갯장어를 일본에서는 하모(ハモ)라고 한다. 이는 갯장어가 아무 것이나 잘 문다고 ‘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ハム)에서 유래한 이름이다.(바다 생물 이름풀이 사전)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일본 사람들이 무척 즐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제강점기에는 갯장어가 수산 통제 종으로 분류되어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갯장어는 모두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고 한다.

완도 지방에서는 갯장어를 개장어라고 한다. '갯'이란 바닷가를 말하는 것 같은데 왜 갯장어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전에는 바닷가라고 하는데 어찌하여 갯이란 말을 쓰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하다.

어쩜 우리가 쓰고 있는 참장어라는 명칭을 생각하면 갯이 아닌 개장어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바다생물풀이사전에서는 참장어를 붕장어라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바다 어류 도감에서는 붕장어를 다르게 기록하고 있다. 어민들은 참장어와 붕장어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림 4 붕장어
그림 4 붕장어

학명으로 붕장어를 이곳 어민들은 참장어라고 한다. 아나고라고도 하지만 이는 일본식 발음이다.

그림 5 참장어
그림 5 참장어

뱀장어라고 하는 민물장어는 회유성 어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북도 고창의 풍천장어를 최고로 친다. 선운사 앞 임천강은 서해안의 조류와 갯벌의 풍부한 영양분으로 뱀장어가 살기에 최적이라고 한다.

풍천(風川)이라는 말은 뱀장어가 육지 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강을 거슬러 오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림경제 3권에는 만려어(鰻鱺魚)라는 '뱀장어(蛇長魚)를 말렸다가 방안에서 태우면 모기가 화하여 물로 된다'(동의보감)는 기록이 있다.

야행성인 장어 낚시는 주로 밤에 이루어지는데. 진질이라고 불리는 잘피가 서식하고 있는 연안에서 밤낚시를 한다. 완도에서는 일명 뗏방장어 낚시라고 부르지만 우리가 아나고라고 부르는 참장어를 말한다.

그런데 이 장어 낚시에는 낚시 바늘이 없다. 낚시 바늘이 없이 어떻게 고기를 낚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건 장어의 특성을 이용해 낚기 때문이다. 가는 철사 줄에다 갯지렁이를 끼워 원을 만들고 침자(沈子)와 함께 바다 속에 드리우면 장어가 미끼를 물고 따라 올라온다. 장어는 한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습성이 있는데 그것을 이용한 것이다.

바닷가 사람들은 여름철이면 낮에는 농사일을 해놓고 밤이면 장어를 낚아 재미도 보고 보양식으로 먹었다. 제가 사는 마을에 술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 취한 상태로 장어낚시를 갔는데 그만 잘못하여 물에 빠지고 말았다. 어렵게 배로 올라온 사람의 첫마디는 '아이고 내 담배 물에 젖어버렸다'란다. 그분은 술과 담배를 무척 좋아하셨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지만 피식 웃음이 나온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마광남 주주  wd3415@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