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靑魚, 鯖魚)

청어는 고등어, 정어리, 참치 등과 같이 등 푸른 생선이다. 청어를 두고 진짜로 푸른 생선이라고 진청(眞鯖)이라 불렀으며 혹은 부청어(賦靑魚)라고도 하였다. 청어는 지역에 따라서 구구대, 고심청어, 푸주치, 눈검생이, 과목숙구기 등 별칭이 있다.

조선 헌종 때 이규경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호사스러운 고추장 재료로 건청어, 대하, 홍합 등의 분말을 넣었다는 기록이 있다. 연관목(燃貫目)이라 하여 청어를 연기에 그을려 부패를 방지하였다 하니 오늘날의 훈제청어(燻製靑魚)를 이르는 것이리라.

중국 한(漢)나라 성제(成帝) 때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던 다섯 명의 제후들이 청어 요리를 즐겼다. 이들을 일러 귀한 물건을 지칭할 때 쓰는 오후청(五候鯖)이란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조들은 청어가 흔하게 잡혀서인지 아니면 오후청을 역설적으로 표현해서인지 확실치 않으나 청어(靑魚, 眞鯖)를 두고 가난한 선비를 살찌우는 고기라 하여 ‘비유어(肥儒魚)’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또 청어를 ‘비웃(鯡)’이라고도 했는데 옛날 죄수들을 포승(捕繩)으로 묶은 것을 보고 청어 20마리를 짚으로 엮은 ‘비웃두름 엮듯이' 에서 연유했다 한다.

광해군 때에 지은 허균의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 의하면 청어는 4종이 있다고 했다. 이익의 성호사설(星湖辭說), 서유거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 등에는 청어의 회유로에 대한 기록이 있으나 오늘날 밝혀진 과학적인 조사결과로 볼 때 신빙성은 낮다고 한다.

청어는 역사적으로 볼 때 세계 여러 해역에서 심한 자원변동을 보였는데 우리나라 연안에서의 청어도 예외는 아니어서 급격한 자원변동을 보였다고 한다.

청어
청어

조선시대 중종실록(中宗實錄)에는 1506년 이후부터 청어가 잡히지 않는다고 했고,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設)에는 1570년 이후부터, 그리고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에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부터 근 10년 동안이나 청어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고 하였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는 왕이 신하나 대마도주(對馬島主) 등에게 건청어를 주라고 지시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옛날 동해연안 어촌마을의 담장이나 대문을 대게 싸리나무로 세웠는데. 동해안에 강풍이나 해일(海溢)로 겨울철 북쪽으로 이동하던 청어 떼가 날려 와서 싸리나무 울타리에 꽂히기도 하였다고 한다. 울타리에 꽃인 청어는 해풍을 맞으며 며칠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건조되고 먹어보니 쫀득쫀득 맛이 있어 이를 관목청어라고 하였다.

옛날에는 청어에 된장을 발라 구워먹기도 했는데, 된장이 자꾸 떨어져 나간 것을 빗대어 화장을 처음 하는 처녀들을 보고 ‘청어 굽는데 된장 칠하듯 했다’는 말이 전하기도 한다.

청어(靑魚)를 두고 짓다 (목은시집 14권)

쌀 한 말에 청어가 스무 마리 남짓인데 / 斗米靑魚二十餘
끓여오매 흰 주발이 채소 쟁반을 비추네 / 烹來雪盌照盤蔬
인간의 맛 좋은 물건들이 응당 많으리라 / 人間雋永應多物
산더미 같은 흰 물결이 하늘을 치는 곳엔 / 白浪如山擊大虛

 

김공립(金恭立)이 달력을 보내 주고 또 청어(靑魚)를 선물하다 (목은시집 31권)

하루하루 살아갈 때 없어선 안 될 달력이요 / 黃曆資日用
맛없는 아침밥 입맛을 돋궈 주는 청어로다 / 靑魚助晨飡
달력을 보면 길일 흉일 훤히 눈에 들어오고 / 吉凶判在目
청어를 먹으면 내장에 원기가 충만해지리라 / 氣味充於肝
주옥이 어찌 아름다운 물건이 아니랴만 / 珠玉豈不美
자칫하면 탐욕을 늘려 자라나게 할 따름 / 適足滋貪奸
★의로움을 중시하고 보물을 중시하지 않은 / 重義不重物
옛사람의 그 이름 없어질 리가 있겠는가 / 古人名不刊
내 이를 글로 써서 자리 옆에 놔둔 뒤에 / 書之置座右
길이 우리 자손들 볼 수 있게 하리로다 / 永爲子孫觀

★ 송(宋)나라 사람이 옥(玉)을 자한(子罕)에게 바치자, 자한이 받지 않으면서 “나는 탐내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고 그대는 옥을 보배로 삼는다. 따라서 그대가 이 옥을 나에게 주면 두 사람 모두 보배를 잃는 것이 되니, 차라리 각자 자기 보배를 지니는 것이 좋겠다.[我以不貪爲寶 爾以玉爲寶 若以與我 皆喪寶也 不若人有其寶]”라고 말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春秋左傳 襄公15年》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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