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안은 구름
비 안은 구름

비가 온다
먹구름도 아닌 것들이
저편에서 뭉게뭉게 뭉치더니
어느새 다가와 비를 뿌린다
바람은 그 비를 싣고 달린다

바람을 타고 온 빗방울이
내 얼굴과 몸을 때리고
창문과 나무도 두드린다
툭 탁 뚝 뚝 투두둑

길 위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
비에 젖어선지
미끄러지듯 더 잘 달린다
차 바퀴 타고 도는 빗물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스르르륵 차악착 스르륵

빗물이 땅으로 스며드니
흙은 온몸으로 품어 안고
나무와 풀들도 듬뿍 머금는다
두고두고 먹고 쓰면서
다른 생물에도 나눠주겠지

스며들지 못한 빗물들이
모이고 모여 내를 이루고
강물이 되더니 바다를 매운다
그리고 내 맘과 가슴도 채운다

하늘 끝에서 땅 속 끝까지
적시고 채우는 빗물이 있기에
만생명은 움트고 장생하리라
비 내려 촉촉히 젖은 날
새삼 비를 생각하고 감사한다

만물 속속들이 흡수도 되고
몸 밖에서 패대기 쳐지기도 한다
환영도 냉대도 받지만
갈 곳 못 갈 곳 가리지 않는
비처럼 살고 싶다

편집 : 김태평 객원 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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