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烏賊魚)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오징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2005년 국내에서 소비된 수산물 416만 9천 톤 중 1위는 명태로 38만 3천 톤, 2위가 오징어 26만 6천 톤이라는 해양수산부의 통계가 있다.

오징어를 <자산어보>에서는 까마귀를 잡아먹는 도적이라는 뜻으로 오적어(烏賊魚)라고 하였다. 중국의 문헌에는 까마귀 烏자에 물고기를 뜻하는 즉(鯽)자를 붙여 오즉어(烏鯽魚)라고 하고 남어(纜魚), 묵어(墨魚), 흑어(黑魚)라 한 기록도 있다.

오징어가 죽은 척하고 물 위에 떠 있으면 까마귀는 오징어가 죽은 줄 알고 이를 먹기 위해 가까이 오면 긴 발 두 개로 감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질식시켜 먹는다고 전하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오징어는 도둑 심보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수컷의 교미 행태를 빗대어 하는 말이라 한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들은 바다의 공작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색깔로 변하여 암컷을 찾아다닌다. 수컷들은 여덟 개의 발 외에 길게 뻗은 두 개의 다리를 이용하여 암컷을 붙잡는다. 이때 경쟁적으로 움켜잡는 대상은 다 자라지 않는 어린 암컷을 잡는다고 해서 오징어 수컷이 음흉한 도둑 심보를 가졌다고 말한다.

오적어(烏賊魚)에서 나오는 묵즙(墨汁 먹물)으로 글씨를 써 놓을 경우 오래지 않아서 묵즙이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린다.

갑오징어
갑오징어
배라고 부르기도 하는 오징어 뼈
배라고 부르기도 하는 오징어 뼈

위의 그림은 갑오징어이고 아래는 갑오징어 속에 있는 오징어 뼈다. 완도에서는 오징어 봉판이라고 한다. 이 뼈의 중앙에 돛대를 세우고 돛을 달아 뱃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아래 글은 <이해이어보>에 실려 있는 글이다.

오노(鰞鮱)= 갑오징어

자주 빛 바구니에 귀밝이술 파는 노파
오적노어(烏賊奴魚)가 단지 하나 가득 들어있네
웃으면서 화로 안에 넣는데
구리 냄비 속엔 붉게 익은 안주

 

다산시문집 4권에는 오징어를 노래한 시가 있다.

오징어 노래(烏鰂魚行)

오징어가 물가를 돌다가 / 烏鰂水邊行
갑자기 백로 그림자를 보았는데 / 忽逢白鷺影
새하얗기 한 조각 눈결이요 / 皎然一片雪
눈에 빛나기 잔잔한 물과 같아 / 炯與水同靜
머리 들고 백로에게 말하기를 / 擧頭謂白鷺
그대 뜻을 나는 모르겠네 / 子志吾不省
기왕에 고기 잡아 먹으려면서 / 旣欲得魚噉
무슨 멋으로 청백한 체하는가 / 云何淸節秉
내 배에는 언제나 한 주머니 먹물 있어 / 我腹常貯一囊墨
한 번만 뿜어내도 주위가 다 시커멓기에 / 一吐能令數丈黑
고기들 눈이 흐려 지척 분간을 못하고 / 魚目昏昏咫尺迷
꼬리 치며 가려 해도 남북을 분간 못하지 / 掉尾欲往忘南北
내가 입으로 삼켜대도 고기들은 깜박 몰라 / 我開口呑魚不覺
나는 늘 배부르고 고기는 늘 속는다네 / 我腹常飽魚常惑
그대는 깃이 너무 희고 털도 너무 유별나서 / 子羽太潔毛太奇
위아래가 흰옷인데 누가 의심 안 하겠나 / 縞衣素裳誰不疑
간 곳마다 고운 얼굴 물에 먼저 비치기에 / 行處玉貌先照水
먼 데서 바라보고 고기 모두 피해가니 / 魚皆遠望謹避之
온종일 서 있은들 그대 무얼 기대하리 / 子終日立將何待
다리만 시근시근 배는 늘 고프지 / 子脛但酸腸常飢
까마귀 찾아가서 그 옷을 빌어 입고 / 子見烏鬼乞其羽
본색일랑 감춰두고 적당하게 살아가소 / 和光合汙從便宜
그리하면 고기를 산더미같이 잡아 / 然後得魚如陵阜
암컷도 먹이고 새끼들도 먹일거네 / 啗子之雌與子兒
백로가 오징어에게 말하기를 / 白鷺謂烏鰂
네 말도 일리는 있다마는 / 汝言亦有理
하늘이 나에게 결백함을 주었으며 / 天旣賦予以潔白
자신이 보기에도 더러운 곳 없는 난데 / 予亦自視無塵滓
어찌하여 그 작은 밥통 하나 채우자고 / 豈爲充玆一寸嗉
얼굴과 모양을 그렇게야 바꾸겠나 / 變易形貌乃如是
고기가 오면 먹고 달아나면 쫓지 않고 / 魚來則食去不追
꼿꼿이 서 있으며 천명대로 살 뿐이지 / 我惟直立天命俟
오징어가 화를 내고 먹물을 뿜으면서 / 烏鰂含墨噀且嗔
멍청하다 너야말로 굶어죽어 마땅하리 / 愚哉汝鷺當餓死


오징어는 4~ 6월에 바닷말, 잘피 등에 알을 낳는다, 산란을 하고 나면 그것으로 오징어의 생애는 끝이다. 이 시기에 샛바람(동풍)이 분다. 이때 오징어가 죽어서 육지 쪽으로 밀려오는데 이 광경을 보며 만들어진 오징어타령이라는 노래가 완도의 보길도와 노화도에 구전으로 전해 온다. '오징어 타령'은 전에 소개했기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또 하나 만들어진 말 중에  ' 오징어가 바람이 불어도 닻줄(긴발)이 있으니 걱정이 없고, 친구에게 편지를 한다면 먹물이 없나, 어디를 가려면 배가 없나 하면서 큰소리치지만, 샛바람 살짝 불면 죽어서 밀려온다 ' 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을 빗대어 하는 말도 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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