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돌멩이 가득한
비포장 시골 길을 걷는다
흙내음과 풀냄새가 전신을 감싸며
천지가 황토와 초록으로 펼쳐진다
거칠고도 포근한 이 길을 걷노라면
저절로 빈손 빈 마음이 된다
촌길은 생명의 길이라 그런지
그냥 걷는 것만으로 좋다

시골 들길. 이는 아침 이슬 젖은 풀과 흙으로 풋풋하다.
시골 들길. 이는 아침 이슬 젖은 풀과 흙으로 풋풋하다.

나도 이런 곳에서 나고 자랐지
산야는 언제나 있는 그대로 맞아 주었어
사시사철 절기 대로 꾸밈도 가식도 없이
흙과 물이 더럽다 생각 없이 함께 섞였지
지금은 아스팔트 콘크리트 숲에 살지만

삶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
내가 삶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
하지만 누가 그랬겠나 내가 그리 산 게지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다면
그게 어찌 인생다운 인생이 되겠는가

논두렁 길. 벼포기가 정겹다.
논두렁 길. 벼포기가 정겹다.

살아 생전엔 그렇게 살지라도
본향 갈 땐 원래 대로 가야할 텐데
태우거나 돌함에 넣어 묻지 않고
땔감도 아니고 미라가 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태우고 가둔단 말인가
맨몸 그대로 거적에 싸 흙 속에 묻어
풀 나무와 미생물들 먹이가 되면서
빨리 썩어 흙과 하나 되면 좋지 않겠는가

알량한 이 한 목숨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을 희생제물로 삼았던가
그에 대한 최소의 속죄보은이기도 하리라
형체 없는 곳에서 불현듯 왔으니
흔적도 형체도 없이 감이 옳지 않겠는가
시골길에서 나를 조명하고 삶을 조명한다

편집 : 김태평 객원 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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