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내리건대, 해의 차례는 임인년 칠월 무신(戊申) 초하루, 열여드렛날 경자(庚子), 이른바 2022년 8월 15일,

큰아들 김동명을 비롯한 유가족 일동, 김영철열사기념사업회(가칭) 회원 일동, 김영철 열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청정한 몸가짐과 경건한 마음으로 감히 삼가 밝은 하늘과 땅을 번갈아 바라보며 김영철 열사 영전에 아뢰오니,

대한민국정부 수립 사흗날 1948년 양력 8월 18일, 음력 7월 14일 순천에서 이성지합(二姓之合) 김경묵 선생과 백은혜 선생의 슬하에서 태어나시어, 1964년 광주서중학교와 1967년 광주제일고등학교를 각각 졸업한 후 1968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1969년 12월 군에 입대, 1972년 11월 제대에 이르는 동안에 많은 고아를 돌보는 어머니로부터 기독교 휴머니즘을 몸으로 보고 배우며 자라나셨으니, 마침내 수많은 가난한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사는 협동촌 건설을 꿈꾸신 김 열사여!

표지 사진 설명: 김영철 시민·학생투쟁위원회(항쟁지도부) 기획실장이 당시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2022.5.27.
표지 사진 설명: 김영철 시민·학생투쟁위원회(항쟁지도부) 기획실장이 당시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2022.5.27.

박정희 10월 유신통치가 극성을 부리던 1976년 광주광역시 광천동 시민아파트에서 신용협동조합 활성화와 빈민운동을 전개하던 중, 1978년 7월 들불야학에 참여하여 장차 5·18광주민주화운동 항쟁지도부였던 시민·학생투쟁위원회 대변인으로서 최후까지 항전한 윤상원(尹祥源) 열사와 함께 들불야학을 주도하였으며, 1980년 5월, 5·18민주화운동 기간에는 들불야학 사람들과 함께 저항언론이자 대안언론인 <투사회보>를 제작하였고, 극단 광대와 함께 당시 전남도청 앞 분수대에서 시민궐기대회를 이끌었고, 시민·학생투쟁위원회 기획실장으로서 도청 앞 분수대에서 성명서를 낭독하였으며, 1980년 5월 27일 새벽 도청의 최후를 지키던 중, 일곱 발의 총격을 당하고도 살아남아 계엄군에게 체포된 후 취조과정에서 혹독한 고문을 견디다 못해 5월 28일 새벽 상무대(尙武臺) 영창 화장실 콘크리트 벽 모서리에 머리를 10여 차례나 짓찧어가며 자결하려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으니, 그 이후 뇌수종을 앓으면서 1980년 8월 나타나기 시작한 정신장애로 18년의 긴 세월을 정신병동에서 지내다가 1998년 8월 16일 마침내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김 열사여! (5초 침묵)

문병란 시인이 ‘오월의 죽음 - 김영철 동지 영전에’에서 표현한 대로 “무너진 도시 캄캄한 절망을 안고 18년을 앓아온 한 사나이”, 김 열사여! 들불 사람들은 1998년 8월 19일 당신을 기리기를,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빈민의 마음,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들불의 마음, 민주화를 위해 온몸 바쳐 투쟁하던 형의 마음을 깊이깊이 간직할 것입니다. 형님과 우리가 영원히 만나기 위하여 형과 그 마음 담아 온 세상에 들불을 지피겠습니다.”

김 열사여! 2022년 5월,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오월 아카이브>의 도움을 받아, 황광우 작가가 당신의 아들 김동명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당신의 사실을 추적하고 그 사실의 역사적 맥락과 숨은 뜻을 풀어헤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자료총서 제3권, <<김영철 평전>>을 어느 휴머니스트의 꿈, 빛고을을 지키다, 고난의 십자가로 구성하여 출간하였고, 당신의 아내 김순자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기증한 원고 2.500매 분량의 일기를 황광우 작가의 도움을 받아 청실홍실, 5·18민주화운동, 나의 수기 등으로 재구성하여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자료총서 제4권, <<김순자 수기>>를 발간하였음을 기뻐하소서.

표지 사진 설명: 1996년 아들 김동명의 군대 휴가 기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2021.5.27.
표지 사진 설명: 1996년 아들 김동명의 군대 휴가 기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2022.5.27.

5·18시민군 기획실장 김영철(金永哲) 열사여! 당신은 지금 여기 우리입니다. 꽃이 져도 별이 져도 우리는 당신을 잊은 적 없다오.

이렇게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비추는 청명한 하늘, 혼령으로 오셔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이 빛나고 꽃피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대한민국을 굽어보시옵소서.

단기 4355년, 대한민국 104년, 서기 2022년 8월 15일

김영철 열사 유가족 일동, 김영철열사기념사업회(가칭) 회원 일동, 김영철 열사를 기억하는 이들

우리 모두 잠깐 묵념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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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축(讀祝): 형광석

독축: 형광석.    
독축: 형광석.    국립5·18민주묘지 제4구역(묘역번호 4-04)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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