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나 오늘 엄마랑 통화했어요?”

막냇동생의 전화를 받고, ‘또 전화기의 통화볼륨이 줄어들었구나.’ 생각하면서 대답했습니다.

어제는 통화하고, 오늘은 아직.”

통화가 안 된다면서 어머니가 몇 층에 있는지를 물어서 알려주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부터는 전화가 오겠거니 짐작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3층 간호사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핸드폰도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원무과에 전화를 하니까 막냇동생으로 알았는지 “(어머니한테) 빨리 가보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합니다.

곧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또 전화벨소리가 꺼져있는 것 같아요. 제가 다시 전화할 테니까 벨이 울리는지 들어보세요.”

전화기를 충전해야겠네.” 엉뚱한 소리를 합니다. 전화벨이 꺼진 것 같다고 몇 번이나 같은 말해도 여전히 충전을 얘기합니다. 예전 같으면 화를 냈겠지만 이제는 면역이 생겨서 그러려니 합니다. 다시 통화를 시도하지만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금방 어머니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간호사실에 가서 볼륨을 높여달라고 하세요.”했습니다. 잠시 뒤에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또 전화를 걸어서 정상적으로 통화가 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몇 년째 반복되는 일입니다. 통화를 하다가 어머니도 모르게 벨소리버튼을 눌러서 신호음이 울리지 않습니다. 제조사에서 이런 것까지도 배려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벨소리를 꺼놓고, 스스로 키우지 못하니까 간호사에게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잠깐 집 앞을 산책하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어머니입니다.

, 저에요.”

내 전화번호가 몇 번이야?”

그건 왜 물으세요?”

필요해서. 옆에 할머니가 알려 달래.”

옆에 할머니 누가, 왜요?”

누구라면 알아? 얼른 알려줘.”합니다.

“010-0000-6843이에요.”

천천히 열 번 넘게 불러주었지만 외울 것 같지가 않습니다.

종이에 적는 게 좋겠어요.”했지만 연필이랑 종이가 어디 있어?”합니다.

간호사나 간병인 아주머니한테 부탁을 하세요.”했지만 계속해서 묻고, 스무 번 넘게 또박또박 불러주지만 역시나 무리입니다.

전화를 끊었던 어머니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얼른 전화를 받아드는데 어머니랑 간병인의 말소리가 들립니다. 전화기를 간병인에게 건넨 어머니가 당신의 핸드폰번호를 묻고, 간병인은 내 이름이랑 번호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들한테 물어서 당신의 전화번호를 적어 달라는 과정을 건너뛰었습니다. 누구라도 들으라고 큰소리로 불렀지만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한참이 지나서 간병인이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묻습니다. 그래서 그게 왜 필요하대요?’하니까 간병인이 어머니를 바꿔줍니다. 어머니한테 다시 까닭을 물었더니 네가 알려 달랬잖아.”합니다.

속상해서 이 얘기를 들려주었더니 다향이가 말합니다.

할머니가 (아빠를 위해서)노력했네.”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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