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2.05.20.)는 심의안건 3건 중 2건은 심의를 완료하고 나머지 1건은 연기하였다. 금형 제조업 종사자에게 발생한 상세 불명의 방광의 악성 신생물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으나, 다른 노동자에게 발생한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심의 완료 후 80일이 지난 8월 8일에서야 공개됐다. 직업병 신청 당사자에게는 상당히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이었으리라.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87년부터 금형 제작 업무에 종사하다가 2021년 2월에 방광의 비침습적 유두 요로 상피세포암(non-invasive papillary urothelial carcinoma,bladder)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지난달 23일 오전 6시50분께 박달수씨가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대 공과대학 정류장에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시간 없어 정차하고 1~2분 만에 화장실 다녀오는 버스기사들. 한겨레, 2022-03-09
지난달 23일 오전 6시50분께 박달수씨가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대 공과대학 정류장에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시간 없어 정차하고 1~2분 만에 화장실 다녀오는 버스기사들. 한겨레, 2022-03-09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가 종사한 금형 제작 사업장은 소규모 영세사업장이었기에 대형사업장처럼 작업이 공정별로 분업화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노동자는 맡은 금형에 대해 여러 작업 공정에서 두루 작업하였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21년 2월에 통증이 없는 혈뇨가 관찰되어, 2021년 2월 8일에 종합병원에서 복부·골반 컴퓨터 단층촬영을 받았고, 우측 방광 벽에서 1.7mm 크기의 조영 증강된 덩이가 관찰되었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2021년 3월 5일에 경요도방광암 절제술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방광의 비침습적 유두 요로 상피세포암(non-invasive papillary urothelial carcinoma, bladder)을 진단받았다. 대학병원의 의무기록과 노동자의 진술에 따르면, 노동자는 15갑년(0.5갑/일, 30년)의 흡연력을 보였고, 8년 전부터 금주 중이었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6남매 중 넷째로 방광암과 관련된 가족력은 없다. 의무기록에서 보건대, 노동자는 협심증,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으로 대학병원 순환기 내과에서 추적관찰 중이었다.

노동자는 업무 중 스트레스, 과로, 유해물질 등에 노출되어 상기 질병이 발병하였다고 생각하여 2021년 4월 27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신청하였다. 이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려고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10월 12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학생들이 5축 가공기를 활용한 수업에서 다양한 형상을 가공한 뒤 들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 제공. 한겨레, 2021-11-15 .
학생들이 5축 가공기를 활용한 수업에서 다양한 형상을 가공한 뒤 들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 제공. 한겨레, 2021-11-15 .

2022년 5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2.05.20.)는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1968년생 남성 노동자는 만 52세가 되던 2021년 3월에 방광의 비침습적 유두 요로상피세포암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87년부터 군 복무기간을 제외한 약 28년간 국내와 일본을 포함한 다수의 소규모 금형제조 사업장에서 금형제작 업무에 종사하였다. 노동자는 주로 자동차용 금형제작 업무에 종사하였으며, 공정별 개략적인 작업시간 비율은 기계가공 40%, 방전가공 25%, 그라인딩 20%, 금형 세척 10%, 도색 5%였다. 2018년 4월부터는 약 2년 7개월간 동종업체 3개 사업장에서 총무와 생산관리·금형제작 업무에 종사하였다. 셋째, IARC(WHO 산하 국제 암 연구 기관)에서는 노동자의 상병과 관련된 직업적 유해요인으로 도장작업을 보고한 바 있으며, 그 외에 최근의 여러 연구는 금속가공 업무와 비수용성 금속 가공유 노출과 노동자 상병 간의 연관성을 일관되게 드러내 보여 왔다. 넷째, 노동자는 금형생산 업무에 종사한 약 28년간 CNC 기계로부터 방출되어 작업환경 중에 부유하는 비수용성 금속가공유에 호흡기를 통해 지속하여 노출됐다고 추정되며, 2000년대 이후부터는 래커(lacquer)를 이용한 금형 도색도 수행했음이 확인된다.

한겨레, 2021-12-14.
한겨레, 2021-12-14.

노동자는 2021년 3월 방광의 비침습적 유두 요로상피세포암을 진단받고 나서 약 1년 2개월이 떠나간 2022년 5월 20일에 역학조사평가위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4년 9월 1일

*이 글은 <호남노사일보>(2022.9.2.)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http://www.honamnosailbo.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16449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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