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름 밤이 되면 어디 있다 오시는지
안개처럼 스르르 슬며시 다가오는 그대
온다는 기별도 오시는 소리도 없었건만
어느새 내 곁으로 바짝 다가와서는
내 눈을 채우고 가슴도 채워버린 그대
이 밤도 난 잠 못 이루고 뒤척이겠네
언제 오거나 환한 미소 띠고 마주보며
은은한 몸짓으로 날 감싸 안았던 그대
따뜻한 듯 차가운 듯 알 수는 없었지
하지만 난 이미 그에게 길들여져 버렸어
이 밤도 전전반측 잠 못 들게 해놓고
새벽이슬처럼 스르르 떠나버릴 걸 알지만
밤이 다시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것을
언젠가 달빛 맞으며 걸었던 이 길을
오늘 다시 찾으니 그때 그 모습 떠올라
살짝 치켜 뜬 커다란 눈으로 날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미소만 띠우더니
슬며시 내 팔짱 끼고 가만히 걷던 그대
전해오는 체온에 마음까지 따뜻했었지
지금은 아련한 추억속의 그대이지만
확연한 그 얼굴 그 모습 잊을 수 없어
편집: 김태평 객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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