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봉산 등산로
월봉산 등산로

 

이른 새벽 月峰山을 오른다

明月이 달 맞으러 간 봉우리를

나는 여명을 맞으러 오른다

해발 135m 왕복 1.0h 나지막하나

꾸불꾸불 울퉁불퉁 오르락내리락

제법 산의 특징과 형태를 갖춰서인지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맛이 쏠쏠하다

나무숲 울창하고 황토자갈 적당하니

산책을 겸한 걷기로 내게는 안성맞춤

둥근 저 달은 명월이에게 무엇이었고

붉게 피어오르는 여명은 내게 무엇인가

삶의 한 순간으로 그저 지나갈 뿐인가

오늘 걷는 이 길이 영원일 수도 있을까

 

인적 없는 적막공산 만물만상 사이로

저벅저벅 내 발소리 들으며 신선한 호흡

새벽이슬 밟으며 걷는 길이 으스름하다

어둠속 산길 홀로인가 쓸쓸히 걷다보면

반기는 듯 경계하는 듯 정적을 깨우며

들려오는 풀벌레와 짐승들 소리

삐리릭~ 까아깍~ 멍멍~ 꼬끼오~

먼동과 함께 깨어나는 세상의 생명들

날마다 걷고 또 걷는 이 길이지만

걸을 때마다 눈과 귀와 맘이 다르구나

 

하늘은 해나라 달나라 별나라 구름나라

어느 한 순간도 같음 없이 변화무쌍하고

지상엔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짐승소리

땅도 하늘에 못지않다 생명들의 아우성

그리 보면 지상이 만 생명들의 진정한 터전

풀잎도 꽃임도 새로이 나면 떨어지고

나무 가지도 쭉쭉 뻗는가 하면 꺾이니

이게 자연만물의 이치이고 순리 아닌가

 

이 몸도 애송이와 청춘 거쳐 이제 노년

자연만물들처럼 순회하고 회귀할 수 없겠지만

맘과 생각은 수시로 일고 꺼짐이 만물과 유사

그들과 동행하는 듯하니 이승의 축복 아닌가

이럴 진데 무엇을 더 바라고 무엇을 원한단 말인가

가진 것 몸도 맘까지도 다 주고 가야하지 않겠나

새벽길을 걷는 이 아침이 참 좋다

월봉산 초입로
월봉산 초입로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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