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소재 「시화 이마트」가 폐점을 강행하고 있다. 2022년 2월 중순 경, 회사 측에서 노조에 대해 식사 자리를 같이하자고 제안했다. 임단협을 앞두고 나온 제안이라 이정환 시화 이마트 노조지회장은 자연스럽게 참석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회사 측은 이마트 폐점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임단협을 의식하고 참석한 자리에서 노조 지회장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시화 이마트 창립 당시부터 20년 넘게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직장을 폐쇄하겠다는 통보에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시흥 갯골 생태 공원 길목에 내걸린  <시화이마트 폐점 철회  범시민대책위> 플래카드(출처  :  하성환)
시흥 갯골 생태 공원 길목에 내걸린 <시화이마트 폐점 철회 범시민대책위> 플래카드(출처 : 하성환)

「시화 이마트」 회사 측은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적자가 발생해 더 이상 경영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노조 측 주장은 다르다. 적자는 폐점의 핑계일 뿐이고 정왕동이 개발 예정지로 부각되면서 개발 이익을 의도한 폐점이 아닌가 의구심을 강하게 갖고 있다. 실제로 「시화 이마트」는 시흥시 정왕동 랜드마크로 꾸준히 성장한 기업이다. 20년 넘게 시흥 시민의 사랑을 받으며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경영상 이익을 남겼다고 노조는 강조한다. 「시화 이마트」의 실소유주는 주식회사 ‘성담’이고 ‘성담’의 실소유주로 노조는 정경한 부회장을 지목한다.

시화이마트와 솔트베이 골프장은 주식회사 <성담> 소유임을 주장하는 플래카드(출처 : 하성환)
시화이마트와 솔트베이 골프장은 주식회사 <성담> 소유임을 주장하는 플래카드(출처 : 하성환)

「시화 이마트」를 통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경영 이익을 통해 정경한 부회장은 시흥시 솔트베이 골프장을 만들어 사세를 확장했다고 노조는 특히 강조한다.

<돈이 되는 솔트베이 골프장만 운영하고 시화이마트를 폐점하려는 태도>를 규탄하는 플래카드(출처 : 하성환)
<돈이 되는 솔트베이 골프장만 운영하고 시화이마트를 폐점하려는 태도>를 규탄하는 플래카드(출처 : 하성환)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일시적인 매출 하락은 구실에 지나지 않다는 주장이다. 만일에 회사 측에서 11월 말까지 일방 통보한 희망퇴직 기한을 노조가 응하지 않는다면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시화 이마트」 정규직 200명과 협력업체, 그리고 점주를 포함해 600명에 달하는 직원들과 지역 소상공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시화이마트 폐점 철회를 주장하는 전교조 플래카드(출처 : 하성환)
시화이마트 폐점 철회를 주장하는 전교조 플래카드(출처 : 하성환)

일방적인 폐점 통보를 접한 「시화 이마트」 노동자들은 올해 3월 <「시화 이마트」 폐점 저지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이하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했다. 시흥 YMCA, 민주노동자 시흥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시흥지부, 시흥 여성의 전화, 시흥 환경운동연합, 전교조 시흥지회, 정왕동 주민자치위원회, 배곧 총연합회, 정왕동 사는 이야기, 정왕동 전통시장 상인회, 정왕동 상가 번영회, 시흥 바르게 살기 운동본부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정의당 시흥시 위원회까지 시흥지역 주민단체, 시흥시 NGO, 노동단체와 정당까지 그야말로 시흥시가 총결집한 상태다. <범시민대책위>는 「시화이마트」 정상화를 촉구하며 정왕동 상권 지키기 총력 투쟁에 나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일차적 존재 이유는 이윤 추구에 있다. 그러나 이윤 추구만 좇는 기업은 기업 윤리를 망각한다. 왜냐하면 기업은 공동체 내 구성원이고 따라서 공동체에 대해 일정한 책임과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고 표현한다. 이윤을 추구하되 공동체의 공동선을 위해 기업은 환경 생태계 보전을 위해 적극 투자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기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의 일부를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해 환원해야 할 책무를 다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적인 대기업 삼성과 현대, SK, LG가 하나같이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는 것은 모두 그런 이유 때문이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시화이마트 이정환 지회장이 <시화이마트 폐점 철회>를 촉구하며 시흥시청 앞에서 31일째 항의농성 중인 천막농성장 모습(출처  :  하성환)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시화이마트 이정환 지회장이 <시화이마트 폐점 철회>를 촉구하며 시흥시청 앞에서 31일째 항의농성 중인 천막농성장 모습(출처 : 하성환)

20년 넘게 시흥 시민의 사랑을 받고 시흥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시화이마트」가 자신들만의 경제 이익을 추구하며 일방적으로 폐점을 통보한 것은 21세기 기업경영윤리에도 걸맞지 않다. 더구나 11월 말 “마지막 희망퇴직” 기한을 운운하며 노동자들을 겁박할 일이 아니다.

시화이마트 폐점 철회를 단호히 막아내겠다는 <범시민대책위> 플래카드(출처 : 하성환)
시화이마트 폐점 철회를 단호히 막아내겠다는 <범시민대책위> 플래카드(출처 : 하성환)

한국 사회는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면서도 복지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국가다. 노동의 힘에 비해 자본의 힘이 막강해 이미 자본이 압도하는 사회다. 따라서 자본의 힘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기업인들은 성찰하고 또 성찰해야 한다. ‘직장에서 해고는 곧 살인’이다. 이는 13년 전 평택 쌍용자동차 대량 해고 사태에서 이미 확인한 사실이다. 무려 30명이 넘는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일부는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시화이마트 폐점 철회>를 위해 결의를 다지는 이정환 노조지회장(출처 : 하성환)  시화이마트 노조가 출범할 4년 전,  <시화이마트> 소속 직원  200명 가운데  절대 다수가 노동조합원으로 가입했을 정도로 노조에 대한 신뢰가 컸다.
<시화이마트 폐점 철회>를 위해 결의를 다지는 이정환 노조지회장(출처 : 하성환) 시화이마트 노조가 출범할 4년 전, <시화이마트> 소속 직원 200명 가운데 절대 다수가 노동조합원으로 가입했을 정도로 노조에 대한 신뢰가 컸다.

요컨대 「시화이마트」의 실질적 소유주인 정경한 부회장이 일방적인 폐점 통보를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21세기 윤리경영 차원에서 건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 길이 상호 존중하는 태도이고 상생하는 방식이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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