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이건 아니다
- SPC 노동자의 참변에 분노하며
권말선
자본가여, 그게 아니다
네 침 묻은 돈으로
우리 땀을 샀다고 해서
우리 자존심, 인격까지
우리 피, 목숨까지
다 가진 게 아니다
너희 돈에는 계산만 있지만
우리 땀에는 정성이 있나니
너희 돈보다 우리 땀은
몇 배 귀하고 값지다
그러니 돈을 쥐고 흔들며
우리 목숨 노리지 마라
자본가여, 거울을 보아라
매일 자기를 닦고 돌리던
노동자의 핏방울에 놀라
기계도 멈춰 서서 꺽꺽 울었을
노동자의 붉은 주검 앞에
달랑 천조각 한 장 가려 놓고
동료의 참변에 솜털마저 얼었을
또 다른 노동자를 불러 세운
너는, 너는 사람이 아니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먹이를 잡고 갈가리 뜯는
심장도 없는 냉혈한이지
어찌 사람이랄 수 있겠나!
언제까지 우리 노동자가
꽃다운 청춘, 형제자매가
무시당하고 쫓겨나고
죽고 또 죽어야 하는가?
노동자의 고혈만이, 죽음만이
자본가, 너의 살 길인가, 그런가?
고된 노동에도 웃을 수 있는 건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바라서인데
죽으라, 죽으라 짓이긴다면
살아남은 우리, 죽은 자의 이름으로
네 더러운 돈을, 욕심을
몽땅 불살라 버리리라, 몽땅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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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선 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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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담겨있어야 할 목적과
시에 혼에
시의 변용을 담아 의미를 내려놓고 무의미를 발화 시킨다면 시가 구름처럼 자유로울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