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도 마음도 물들어가는 가을

담쟁이는 담을 화폭 삼아

온몸으로 붓칠하며 빛깔 고운 벽화를 그린다.
 

화폭의 담이 아닌 절망의 벽을 이야기하는 도종환 시 '담쟁이' 에서는
절망의 벽을 뛰어넘는 담쟁이를 그리고 있다.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ssooky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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