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part.2

사진출처 : 픽사베이(저작권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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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정보화 사회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인간의 기술발전은 인류사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급격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무조건 긍정적인 요소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중세·르네상스·근대 시대에서 알 수 있듯이 과학과 철학은 서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대안이 되며 발전과 쇠퇴를 반복했다. 이렇듯 21세기 정보통신기술은 효율성과 편리성을 가져다주었지만, 철학의 부재와 이에 따른 소외 현상 등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 격차에 따른 불평등은 이른바 디지털 소외계층을 양산했다. 사회적·경제적·지역적 또는 신체적 여건으로 인해 정보에 접근 혹은 활용에 차이가 생겼다. 이는 정보사회에서 편익을 얻기 곤란하게 만들며, 일상생활에서도 장애를 발생시킨다. 정보의 불이익은 인식과 생각, 문화 등 사회문화적 격차를 넓히며, 결국 사회적 비효율과 디지털 경제 성장에 문제를 일으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년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의하면 일반인 대비 4대 정보 취약 계층은 저소득층 87.8%, 장애인 75.2%, 농어민 70.6%, 고령층 64.3%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편리한 시스템이 누군가에게는 환경적으로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하나의 장벽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인터넷·모바일 뱅킹과 같은 비대면 서비스의 도입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다. 트렌드모니터의 2020년 현대사회 정보 격차 및 정보 소외 현상 관련 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서비스의 도입 증가로 디지털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것 같다”라는 질문에 85.5%가 동의했다. 이처럼 정보격차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술발전이 선물한 편리함 속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정보화 사회의 특성상 개인정보가 기록됨으로써 해킹 등에 의한 유출이나 침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통신사 KT에서 140만 명, 농협·국민·롯데 대형카드 3사에서 8700만 명이 유출되었었다. 2016년에는 인터파크에서 1000만 명 정도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최근 법원에서 1인당 10만 원 정도의 배상 판결이 나기도 했다. 이러한 개인정보 유출은 재정적·경제적인 부분의 피해만 따르는 것이 아니다. 불법으로 거래된 정보는 2차 범죄 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 단말기 키오스크(KIOSK)도 여러 애로사항을 일으키고 있다. 대면 주문에서 터치스크린 방식으로의 변화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전 세대가 마찬가지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키오스크 주문을 못 해 20분을 헤맨 어머니가 눈물을 훔친 사연이 공유되었고,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네티즌들은 사용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며, 각자의 실패담을 공유하기도 했다.

물론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영역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급격한 환경변화에서 모두가 소외계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주변을 살펴봐야 한다. 이번 카카오의 정보 참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보화 사회에서 기술과 인간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이에 따라 전 계층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여러 부처에서 인터넷·모바일 뱅킹, 키오스크 나아가 다양한 정보 자료 등의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과 시스템 간소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늘 기술발전은 철학의 입지를 좁혔고, 이에 따른 윤리문제를 발생시켰다. 디지털 시대라도 다가올 재난은 예측하기 힘든 만큼 미연의 방지와 예방이 필수적이다. 기술 발전 속도와 이용자 간의 활용력 격차도 좁혀야 한다. 우리는 발전과 편리성이 무조건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재고하고, 건강한 사회발전을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해야 한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박정우 주주  justiceloveagain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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