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산(禪雲山) 반백년

                             박 명 수 (목사, 한국문인협회회원)


어릴 적
소풍 가기 전날 밤은
누구나 이룰 것을 위하여
잠 못 이루는 밤을 즐겨한다
두 세 고개 넘어 도착한 참당암(懺堂庵)
선운산은 그 때를 어제처럼 소환한다
 

소풍 가던 날 아침
동생 손에 십일원 나에게 십사원
구슬같은 용돈을 고사리손에 쥐고
갈대숲을 지나 경수봉을 넘을 때는
손에 든 용돈은 어디 가고
풀풀나는 땀냄새만 동무삼아 도착한다
 

아침에 볼일 보면
떨어지는 소리가 저녁에 들린다던
선생님 우스갯소리에
절간 옆 화장실이 무서워
볼일을 못 보고 힘들어하던 추억
선운산은 그때를 첫사랑처럼 기억한다
 

다시 찾은
참당암 담장 위에
50년 동안 웅크린 기왓장은
기억 밖으로 검은 화장실을 던져버리고
단풍 깊은 고요 속에 침묵하는 기왓장은
다시 올 50년 후 누가 찾을지를 팔고인 채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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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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