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꿈이었다.

고향 가는 열차인지

우주로 가는 열차인지

저승으로 가는 열차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열차를 타기 위한 기차역이었다.

상당히 큰 역사였기 때문에

몹시 붐비고 혼란스러웠다.

기차역에 오기 직전에는 한 합숙소에서

다수의 사람들과 팀과 조를 이루어

정해진 주제에 따라 토론프로그램을 마친 후였다.

 

합숙은 정상적으로 잘 끝났고

사람들은 각자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바빴다.

스마트 폰을 이용해 열차표를 구매하는데

표가 있느니 없느니 소란스러웠다.

스마트 폰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이 있어 어려웠는데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 안타까움이 컸다.

접속이 원활치 못해 겨우 표를 샀다.

그런데 난 어디로 가는 표를 샀는지 모르겠다.

그저 기차표를 샀을 뿐이다.

 

기차역으로 가기 전에 소변이 보고 싶었다.

화장실을 갔더니 물로 청소 중이라

이곳저곳에 물이 고여 있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난 맨발이었나 보다.

평소에도 어수룩하고 어벙한 내 모습이

꿈속에서도 다시 재현되다니 맘이 좀 침울했다.

다른 사람들은 신발을 신었는데 나만 맨발이라니

모두 나를 쳐다보면서 수군수군 거려서

내 발을 내려다보고는 멀쑥해졌다.

 

한편 구석에 있는 작은 흰 수건을 발견하고는

얼른 그것을 들고 건너편 수도가로 가서

발을 씻고 닦은 후 양말과 신발을 신었다.

그랬더니 심신이 다소 안정되었다.

그런데 다시 내 몸을 살펴보니 차표와 소지품이 없었다.

차시간이 임박하였기에 급히 합숙소로 갔더니

다행이 아직 치우지 않고 내 자리에 있었다.

크게 심호흡을 쉰 후에 기차역으로 내따 달렸다.

기차역에 도착한 후 꿈이 깼다.

 

도대체 이게 무슨 꿈인가?

개꿈인가?

아니면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가?

신발도 벗어버리고 소지품도 버리고

목적지도 없는 차표 한 장만 들고

무작정 떠나야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빈 몸과 빈 가슴으로

가볍게 훌쩍 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말이다.

꿈이 깨어버렸기에 알 수 없지만

난 기차역에서 떠나기나 했을까?

무거운 짐과 몸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아직도 기차역에서 서성대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오늘 아침도 눈을 떴고

사지를 쭉 뻗고 기지개를 켜면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러 가는

이 아침도 축복이 분명하겠지?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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