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痕迹)

 박  명  수 (목사, 한국문인협회 시인)

 

흙 묻은 오토바이 녹슨 연장들
복숭아밭에 모퉁이에 주저앉은 경운기는
주인 잃은 파충류처럼 두꺼운 외투를 입고
건넌방 화장대 스킨로션은
곤충처럼 굳어있는 낯선 얼굴을 주무른다


담장 밑에 쪼그려 앉은 선인장은
별보다 높은 곳에서 고운 꽃을 피우고
장미꽃은 손짓하는 소낙비를 맞아
곁가지로 손을 만들어 앞마당같은 손을 잡는다


현관문을 나와
화초에 물을 주던 흔적은 사진첩에 머물고
창문 방문 대문을 흔들어대는 소리가
사무치도록 그리워진 흔적들이 아버지인 것을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면


세월이 흘러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테지만
아버지 손으로 만든 나무 십자가는
결핵 후에 남아있는 폐부(肺腑)처럼
자식들 가슴속에 화인(火印)으로 남는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