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크리스마스 이브에

둘째 손녀의 그림 편지 - 쓴 날짜가 없어 아쉽다.
둘째 손녀의 그림 편지 - 쓴 날짜가 없어 아쉽다.

 

심한 감기로, 아니 솔직히 말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머리를 싸매고 뒹굴다 옛 사진 파일을 펼쳐보았다.
어릴 적 손녀들의 손 편지 중  한 그림편지가 눈길을 끈다.
대문 옆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손녀 마음의 이미지다. 

햇살이 이글거리고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꽃과 나무들이 싱싱함을 뽐내는 고즈넉한 풍경.
한국 할아버지 집도 레만 호숫가 주택과 같을 것이라 상상했나보다.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합니다“

그림 편지 쓴 날짜 표시가 없어
둘째 손녀가 몇 살 때인지 정확하지 않다.
미루어 짐작건대 초등학교 4, 5학년 때가 아닐까?

아장아장 걷기는 했으나
”엄마, 아빠“밖에는 우리말을 모르던 손녀는
아빠 직장따라 스위스 제네바로 떠났다.
거기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까지 다니다가
또 갑자기 아빠따라 한국엘 와 고등학교를 마쳤다.

생활과 문화의 충격을 두 번씩이나 겪었다.

말을 처음 배울 땐
프랑스 말과 한국말을 동시에 배우려니 머리가 얼마나 어지러웠을까?
제네바에서 프랑스 문화에 익숙해 있던 사춘기에
경쟁이 치열한 한국사회 파도에 떠밀려 다니자니
얼마나 가슴이 아리고 쓰라렸을까?

손녀는 지금
파리의 한 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그림편지로  "사랑합니다"  애교부리던 손녀.
요즈음은 카톡 문자 하나도 보내질 않는다.

방값이나 생활비를 엄마·아빠에게 손내밀지 않고
홀로 서 생활하며 공부하느라 바빠서 그러겠지!

침상에 누어 2022 크리스마스를 보내자니
손녀의 어린 시절, 귀염둥이 모습이 눈에 아롱거린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최성수 객원편집위원  choiss305@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