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락산역 근처 맛집 오0박 왕만두 집에 갔었다. 사장님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주문받은 왕만두와 호빵을 찌고 포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눈에 번쩍 뜨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쓰고 있는 모자에 달린 세월호 리본이었다. 내가 웃으며 “세월호 리본을 달고 계시네요.” 하니 사장님은 어색한 듯 그냥 웃었다. 혹시나 딴죽 거는 사람이라 생각할까 봐 얼른 ”고맙습니다. “ 하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사장님도 그제야 웃었다.

그 후로 경기 북부를 다녀올 때면 그 집에 여러 번 들러 한 보따리씩 왕만두와 호빵을 샀다. 얼마 전 다시 들렀는데 문을 닫고 도깨비시장으로 이전했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찾아가 봐야 하는데…. 하는데…. 하면서 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리본 하나로 보고 싶은 사장님이 된 것이다.

요새 세월호 리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며칠 전 70은 되어 보이는 할머님 한 분이 큰 세월호 리본이 달린 가방을 메고 버스정류장에 앉아계셨다. 저 정도 큰 세월호 리본이면 본인의 의사를 확실히 표현하고 싶은 거다. 너무 반가워 사진을 찍었다.

이태원 참사를 생각하면 세월호 참사가 떠오른다. 세월호 리본을 보면 이태원 참사가 떠오른다. 어쩜 두 참사가 그리 닮았는지…. 그 참사에 대처하는 보수라 자처하는 집단이 어쩜 그리 닮았는지…. 8년 6개월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저 집단은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이제 다시 세월호 리본을 찾아 다시 달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태원 참사까지 그렇게 흘러가게 둘 순 없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미경 편집장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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