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이다. 7일간(2022.12.25~12.31), 노동자가 9명이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이름도,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사고 현장의 책임 주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채로 말이다. 언론에 보도를 타야 사고에 대한 그러저러한 사항이 조금 알려질 뿐이다. 일반 시민이 목숨을 빼앗긴 노동자를 조금이나마 기억하고 애도를 표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지요.

사고 발생의 하루 중 분포는 심야 1명, 오전 4명, 오후 4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월 2명, 화 1명, 수 1명, 목 1명, 금 3명, 토 1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6명, 깔림 1명, 끼임 2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4명(서울 2명, 인천 1명, 울산 1명), 광역도 5명(경기 3명, 전북 1명, 전남 1명)이다.

삼가는 마음으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정리해본다.

12월 26일(월), 09:43경 전남 순천시 서면의 어느 폐기물처리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 1명이 암롤트럭(5톤)에 실은 생활 폐기물을 하역한 후 암롤트럭에 후면 문을 닫던 중 후진하던 로더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3:30경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신남리의 상가 신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시저형 고소 작업대에 탑승하여 외부 패널 하지 철물 작업을 하던 중, 고소 작업대가 전도되어 1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2월 27일(화), 04:30경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혹은 주기장·駐機場) 내에서 한국공항(KAS·Korea Airport Service) 소속인 50대 정규직 노동자 1명이 토잉카(Towing Car·항공기 견인 차량)의 조수석에 탑승하여 항공기를 이동시키던 중 토잉카에서 내려 방향을 유도하다가 토잉카 앞바퀴에 깔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목숨을 빼앗겼다. 한국공항(주)은 항공기 지상조업 서비스, 수하물(手荷物) 탑재 및 하역, 항공화물 조업, 항공기 급유, 항공기 정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건설노동자 신옥자씨가 2022년 6월13일 경기도 오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한겨레21, 2022-06-20.
건설노동자 신옥자씨가 2022년 6월13일 경기도 오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한겨레21, 2022-06-20.

12월 28일(수), 11:30경 서울특별시 관악구의 어느 근린생활시설 대수선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단열공)이 이동식 비계에 올라가(높이 1.2m) 천장 단열재 부착 작업 후 내려오던 중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단열공은 열과 냉기의 손실을 방지하는 단열재를 설치하는 일을 한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6일이 지나서 2023년 1월 3일에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12월 29일(목), 13:40경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터에서 폐건물을 철거하려고 비산(飛散)·먼지 방지에 필요한 가림막을 설치하던 태국 국적의 노동자 1명(45세)이 외줄비계(높이 4m)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목숨을 빼앗겼다. 발주처는 ㈜자광이다(연합뉴스, 2022.12.29.). 이 사고는 발생한 지 4일이 지나서 2023년 1월 2일에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12월 30일(금), 09:25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어느 생활숙박시설 신축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형틀목공)이 개구부(0.71×0.74m, 비상탈출구용)를 통하여 서포트(support·지지대) 자재를 옮기던 중 개구부로 빠져 4.15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4일이 지나서 2023년 1월 3일에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형틀목공은 거푸집기능사 자격증을 갖춰야 한다. 거푸집기능사는 목공용 수공구를 사용하여 합판, 각재, 판재 등으로 도면에 따라 거푸집널을 제작·설치하거나 기성 거푸집의 조립, 설치, 해체, 정리하는 일을 한다(한국산업인력공단 자격의 모든 것· www.q-net.or.kr).

재해 상황도: 이동식비계 위에서 천장부 덕트 설치 중 비계 전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05.4.20.
재해 상황도: 이동식비계 위에서 천장부 덕트 설치 중 비계 전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05.4.20.

09:55경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의 어느 신축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덕트공)이 A형 사다리(높이 2m)에 올라가 천장 환기시스템 덕트를 설치(높이 2.8m)하던 중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덕트공은 금속박판을 성형·가공하여 공조설비, 냉·난방설비, 환기설비 등의 공기통로를 설치하는 일을 한다. 덕트(duct)는 대체로 건물 내외의 공기순환(환기)을 촉진하는 공조설비다. 13:45경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의 어느 전신주 이설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이설된 2개의 전신주의 변압기 거치대 위(높이 8m)에서 접지선 연결 작업 중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2월 31일(토), 15:50경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의 어느 토목 공사현장에서 옹벽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설치된 옹벽 블록 위에 앉아 있던 중 회전하던 굴착기 후면(카운터웨이트)과 옹벽 사이에 다리가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카운터웨이트(Counter Weight)는 굴착기 후면부에 장착되어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구조 장치다.

장례식장으로 퇴근한 노동자!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월 4일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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