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신흥상회
박 명 수 (목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등산로를 오르는 길은
신흥상회가 시작이다
전방(廛房) 뒤 나무 계단을 숨 가쁘게 오르면
신우대 이파리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환송한다
그 길은 영락없이
환송 헬기장으로 향하는 길
응급 환자는 헬기에 실려 떠나가고
바람을 일으킨 빈자리마다 끄르륵 끄르륵
까마귀는 밤 같은 헬기장을 배회하며 울고 있다
병원으로 향한 헬기는
중간 기착지가 응급실인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떠나버린 주변의 신우대는 어둠을 비질하고
까마귀를 품은 친구가 되어 기약 없는 슬픔으로 사각거린다
전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 주인에게 적발되어
매점 밖으로 강퇴당한 낚시꾼의 쓴웃음은
월척을 낚아야 섬에 온 보람을 찾는다는 넋두리를 곱씹는다
바닷길에
첨벙거리며 다가오는 여객선은
병원 가는 주민에게는 흐느적거리며 다가오는데
군대 면회 온 연인에게는 땀 흘리며 헐레벌떡 다가온다
수병 곁 놓치기 싫은 연인의 손에 얄미운 승선권이 쥐어진다
신흥상회 안에
동네 주민들이 옥신각신 쑥덕거린다
똑같이 교회 다니면서 어느 교인은 고기를 잘 잡는데
어느 교인은 온종일 기름값도 벌지 못한단다
사람에게
열 손가락이 같을 수는 없는 일
여객선이 육지로 떠나가는 낮 열두 시 반
손가락이 긴 놈도 작은놈도
가게 안에 남겨둔 뒷담화는 한참 동안 졸고 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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