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이 유유히 나는 도요새가 있고 

잔 나무 가지를 바삐 오가는 참새가 있다. 

높게 난다 부러워 않고 낮게 난다 무시치 않는다.

 

황야를 질주하는 날쌘 짐승들이 있고 

물가에서 한가히 노니는 왜가리가 있다. 

광야를 주름 잡는다 놀라워하지 않고

협소한 강가에서 노닌다고 깔보지 않는다.

 

대지를 터전삼아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장송은

어제도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고 내일도 그러리라.

길섶에서 누가 보거나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만의 존재감으로

소중한 제 생명을 만끽하며 살아가는 풀과 꽃들도 있다.

하지만 단 하루도 그 자리에 있지 못하며 천지를 쏘다니는

인간들보다 세상만사를 못 보고 못 듣고 모르는 것이 없다.

 

동식물들의 삶은 그들 나름대로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가? 

혼자 있어도 여럿이 있어도 조화롭게 어울림이 멋지지 않는가?  

다른 놈들과 먼먼 조상이나 어떤 신을 숭배하며 무릎 꿇던가?

국가와 종교를 내세우며 그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들먹이던가?

저들처럼 우리 인간들도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 수는 없을까? 

하지만 모든 것은 삶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되지 않겠는가?

 

인간과 자연만물의 차이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다른 생명들이 인간들의 삶의 모습을 어떻게 볼까? 

아름답게 볼까? 글쎄올시다. 어떻게 볼지는 알 수 없다.

자신을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며 사는 모습에 실소하지는 않을까?

인간들은 그따위가 무슨 소용 있냐며 생각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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