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무는 입

몽골 몽골 닫히는 입

 

김형효 

세상을 살다가
한 두 번 채이다 보면
이제는 근성처럼 굳어

이겨가는 것들이 있어
세상을 살아보면
이제는 근성처럼 굳어진 
그 이겨가던 일들도 싫어질 때도 오지
이겨본들 뭐하나
그래 그만두고 보았더니
저기 저만치서 가관이야
이겨본들 뭐하나가 지은 죄인데
나는 죄가 없나 싶다가
또 입이 닫혀
말은 해서 뭐하나
저만치 입 닫고 쳐다보거나
저만치 눈감고 듣고만 있거나
그런 내게 세상은 지 멋대로 편을 갈라 세워
이 편도 저 편도 아니라 믿고 산 나는
이 편에도 저 편에도 모두 남의 편인 상태로
길 잃은 짐승 마냥 갈 곳 몰라서
저만치 강 건너가는 이편, 저편 것들을 바라보지
사실 나는 굳이 어디로 가자고 생각도 않건마는
그렇게 말도 생각도 행동도 
모두 깊어지다 보면
그대로 끊게 되지
그대로 말게 되지
그렇게 세상이 호락호락한 저만치들
거기 벼락맞을 담벼락을 붙든 채 
잘나서 죽어가는 그런 슬픔이 있구나
나는 이제 그런 슬픈 자들 
나는 이제 그런 슬픈 것들에
주검을 보고 향을 피워 추모의 념을 보낸다
그러나 그 슬픔이 체념으로 끝나지말기를
그 끝난 슬픔 뒤에 세상이 요단강건너고 말게 되는 거
그것은 막자고 
역사도 민중도 그 요단강건너게 두지는 말자고 
또 빌고 빌며 입 다물며 기도하게 되는 
최소한이며 모든 것을 다한 안간힘의 기도
다무는 입

굳게 입을 다문다 그러나 할 말은 더 분명해지는 세상이다. 오늘 나는 입을 다물며 생각한다. 망해가는가? 그래서 아프다.
굳게 입을 다문다 그러나 할 말은 더 분명해지는 세상이다. 오늘 나는 입을 다물며 생각한다. 망해가는가? 그래서 아프다.

 

김형효 객원편집위원  tiger3029@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