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이 선생
성칠형이 국제신문에 네 칸짜리 시사만화 '부엉이'를 연재하는 주정이 작가를 방문하자 하여 초량 산동네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난 필명으로 주정뱅이라는 뜻으로 주정이인 줄 알았는데 문패가 진짜 주정이였다. 바바리 코트의 깡마른 청년. 손비닥만 한 방에 달랑 앉은뱅이 책상 하나가 전부. 당시 24살인가에 시사만화를 연재하였으니 대단한 재능이었다. 만화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를 친절하게 해 주고 난 뒤 우리는 갖고 간 그림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내 그림에 대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필력이 이 정도면 대단하다고 당연히 칭찬해야 하는 데 말이다. 실망한 우리는 주정이가 별 볼 일 없는 시시한 화가라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뒤 생각하니 주정이 선생은 내 그림에서 필력이 아니라 독창성 없음을 본 것이다. 남의 그림을 보고 그렸으므로. (중2 그림)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재동 주주  tangripark@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키워드

#박재동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