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을 탔을 때의 일입니다. 내 앞에 젊은이 4명이 나란히 앉아서 자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피곤한 듯 서로 기대어 정신없이 자고 있어서 일행이구나 하고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독한 방귀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한 청년 A가 눈을 떴습니다. 바로 옆에서 자는 친구 B에게 묻습니다.

“너 방귀 뀌었냐?”

B는 자다가 깨어 어리벙벙해져서 “아니” 하고 또 잡니다. 다른 쪽 옆 친구 C를 깨워 또 묻습니다. C도 “아니”하고 잡니다. 가장 심각하게 쓰러져 자고 있던 친구 D는 차마 못 깨우겠던지 쓱 보더니 그냥 두고 자신도 다시 잠을 청합니다.

이상하게 냄새는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A는 못 견디겠는지 다시 일어나서 마지막 그 친구 D를 흔들어 깨워 묻습니다.

“너 방귀 뀌었냐?”

D가 화가 나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에이... 씨~~ 왜 깨워~~?” 그러곤 다시 잡니다.

대답을 못 들어서 그런가? A는 D를 또 흔듭니다. 이렇게 단정해서 묻습니다.

“너 방귀 뀌었지?”

D가 “아냐. 새꺄~" 하고 화를 내고 또 잡니다.

저는 앞에서 보고 있다가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혹 친구가 방귀를 뀌어도 못 들은 척, 냄새 안 나는 척해주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요새 젊은이들은 방귀 뀐 친구가 누군지 꼭 찾아야 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웃으면서 A에게 물었습니다.

“방귀 뀐 친구가 누군지 꼭 찾아야 해요?”

A가 이렇게 말합니다.

“냄새가 너무 지독하잖아요!”

지금 젊은이들은 냄새 구린 것을 엄청 싫어하나 봅니다. 냄새가 지독하다고 꼭 그 친구 범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찾아서 뭐 할까요? 이미 퍼진 냄샌데... ^^* 그렇다고 다시 안 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사건에 웃음이 나면서도 좀 심각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세상 구린 것도 그렇게 열심히 찾으려 할까? 세상 구린 것은 불쾌한 것을 넘어서 내 삶을 위협하게 될 텐데... 친구 방귀 같은 것 말고 세상 구린 것에도 관심을 갖고 구린내의 정체를 밝히려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783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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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권도 구린내가 대단하지요. 이태원 참사도 뭔가 구린 것이 있어 보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감추고 시간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것 같으니까요. 유족에게 모욕과 멸시를 주어 상처받고 뿔뿔히 흩어지게 하려고 하니까요. 거니씨의 구린내는 냄새를 그냥 살포시 풍기는 정도가 아니지요. 풀풀 참기 어려울 정도로 사방팔방 풍기고 있습니다. 한두 건이 아니지요. 웬만한 국민은 그 방귀의 진원지가 어딘지 다 아는데도 깔고 뭉갭니다. 천머시기 구린내도 정상이 아닙니다. 거기다가 내뱉는 말이 구린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그냥 나오는 대로 마구 뱉는 굥통도 있습니다. 지도자 한 명이 나라를 이렇게 위태롭게 할 줄은 몰랐는데...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자꾸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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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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