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다양한 교육을 받지만 근본은 부모님과 학교다. 그 주된 내용을 살펴본다. 정의롭고 바르게 살라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거짓부렁 말고 진실하게 살라했다. 법을 준수하고 사회질서를 지키라 했다. 이웃을 사랑하고 더불어 사이좋게 살라 했다. 자신만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 공동체의 선을 위해 살라 했다. 국가와 정부를 믿고 시민들 삶의 향상에 기여하라 했다. 공짜를 바라지 말고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살라 했다. 누구를 탓하지 말고 자신부터 정의롭고 공정하게 살라 했다.

 

훌륭하고 보람된 삶은 좁고 험하다 했다. 고통스럽고 힘든 길이라 했다. 그게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 했다. 일확천금을 바라지 말고 벽돌을 쌓듯이 하나하나를 귀중히 여기며 살라했다. 티끌모아 태산이 된다했다. 땀은 배반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반드시 가져온다했다. 정의는 승리하고 공정한 삶은 모두에게 유익하다 했다. 선행은 인생 최고의 가치이며 악행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 했다. 다 옳고 훌륭한 말씀이다.

 

또한 이기적이지 말고 이타적인 삶을 살라했다. 남을 돕고 은혜를 베풀면 그에 상응한 보답이 오리라했다. 사익을 멀리하고 공익을 위해 일하라했다.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이미 그 자체로 보상을 받은 거라 했다. 그로 인해 생긴 공적과 재물은 세상에 내놓으라했다. 남녀노소, 우열, 지역, 빈부, 신분, 인종, 국가, 민족까지도 차별 말고 배제 없이 살라했다. 인간뿐 아니라 만물을 사랑하고, 개발과 편익을 위해 자연을 훼손치 말라했다. 생명을 중시하고 자연에 감사하며 그 일부로 살라했다. 우리의 국시가 홍인인간이라 했다. 나이가 들면서 홍익만물이 아닐까 생각도 했다. 참, 지키고 살게 많기도 많다.

우리 중에 이렇게 교육받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양심과 이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뻔뻔한 이들이 세상을 판친다. 기름기 번지르르한 자들은 세상을 휩쓸고 활보하지만, 선한 시민들은 메마른 심신으로 좁은 골목길마저 잃고 황야를 헤매고 있다. 짐승들의 우두머리를 보자. 그들은 선두에서 따르는 무리를 위해 온갖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가? 심지어 목숨까지도 내놓는다. 하물며 인간이 그들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우두머리 임무를 수행할 능력과 마음이 없거든 속히 시장으로 내려와야 한다. 왜 그 자리에 있는가? 그런 자들은 우두머리가 되지 말아야 하지만, 어쩌다 졸지에 되었더라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그게 모두가 사는 길이다. 어찌 우리나라의 우두머리들은 이 모양 이 꼴인가? 이렇게까지 퇴행할 수 있단 말인가? 더 이상의 흉설은 그친다.

 

하지만 말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쉽고 편한 게 좋아진다. 세속의 유혹은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보통사람은 이를 피하고 떨치기 어렵다. 특히 지도자들이 솔선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공짜면 더 좋고, 많을수록 더 좋다. 적은 시간 일하고 수입이 많으면 금상첨화다. 남이야 어찌 되건 내 배부르고 따뜻하면 그만이다. 정의롭지 못하고, 윤리도덕에 어긋나고, 불법편법탈법이라도 권세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마냥 좋다. 그까짓 게 무슨 대수인가? 권력자가 되면 대부분 법이고 뭐고 다 지 맘 대로하지 않는가? 양심과 이성에 어긋나지만 잠시 눈 감아버리면 그만이다. 잡기를 통해 사는 것도 재미있고 즐겁다. 사회의 지탄과 비난이 무슨 상관인가? 나에게 돌 던질 자 누구인가? 어떤 말을 들어도 괜찮고 돈이면 다 해결된다. 참으로 가관이다.

 

어렵고 불편한 건 싫다. 까다롭고 복잡한 것도 싫다. 학교와 부모님의 가르침이 바르고 정당한 줄 알지만 고리타분하다. 시대에 뒤지고 유익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도 멀다. 혹간 정의와 공정을 논하는 자를 보면 ‘지들은 어떻게 살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꼴 보기 싫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나’라며 뜨끔하지만 그 때 뿐이다. 아무리 정의롭고 옳다 해도 힘들고 어려우면 싫다. 생기는 것은 없고 손해만 보니 더 싫다. 내 것만 챙기고 또 챙긴다. ‘다 그렇게 살지 않는가?’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위안한다. 세상은 그렇거니 하면서 모른 체 하고 산다. 이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사회풍조가 이 정도 되면 가히 난국이고 망해가는 징조 아닌가? 사악함이 극에 달했고 선량함을 덮어버렸다. 최소윤리와 도덕도 사라졌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가?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스스로를 세뇌하지만 답답하다. 그리될까 정말 좋아질까 회의한다. 빙하기와 열하기와 같은 종말이 와서 세상이 한 번 뒤집어져야 새로워질까? 그런 생각까지... 참으로 비통하다. 아득하고 암담하다.

 

정의와 공정을 앞장서 솔선수범해야할 국가지도자들과 사회지도자들, 많이 배운 자들, 부자들, 재능이 우수한 자들, 기득권자들 모두가 이런 부정의와 불공정의 길을 앞장서고 있으니 이를 어찌하랴. 오히려 뒤질세라 노심초사하는 자들이 더 많다. 아니 거의 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하니 소시민들도 서둘러 따르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도자가 중요하다 했는데, 이 모양 이 꼴이다. 이런 판에 누가 정의와 공정을 말하겠으며 힘쓰고 실천하겠는가? 한다면 공염불이다. 실천의지도 없는 자들이 눈감고 아옹하며 꼴값 떨뿐이다. 언행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언행이 반의 반 일치라도 됐으면 이렇지는 않으리라.

 

이제 정의와 공정은 죽었다. 자유와 민주도 죽었다. 종교와 신앙도 죽었다. 윤리와 도덕도 죽었다. 이성과 양심도 죽었다. 살려야 하지만 재생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뿐 아니다. 온 지구의 상태를 통틀어 둘러보아도 살아날 가망이 거의 없다.

 

뻔질나게 국가와 국민을 외치는 자들이여!

분수이상의 대접을 받는 자들이여!

지도자라 자처하는 이들이여!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이여!

우수하고 앞 선 자들이여!

조속히 답하고 대처하시라.

어찌해야 할 것인가를?

 

하지만 저마다의 심중에는

정의와 공정, 자유와 민주, 종교와 신앙, 윤리와 도덕, 이성과 양심이 살아있으리라. 희망도.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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