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아내의 발을 마사지합니다. 발을 맡기고 누워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미안합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아내와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렸는데 어느새 귀밑머리가 하얗습니다. 촉촉하고 보드랍던 피부도 탄력을 잃어서 늘 피곤해보입니다. 발마사지를 시작한 까닭입니다.
제대로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몸 살림 사범님’들의 치료를 받고, 또 어깨너머로 배운 것을 흉내 냅니다. 코로나19로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발가락 한 마디씩 마사지 하고, 발바닥을 지압하고, 또 종아리랑 허벅지의 뭉친 근육을 풀다보면 한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

마사지를 하는 동안 여러 번 신음을 터트립니다. 몸의 좋지 않은 부분과 연결된 발 부분은 통증이 심하니까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여 당신은 줄을 잘못 섰다’는 한 시인의 고백이 떠오릅니다. 아니 어쩌자고 아내를 사랑했을까? 건강하고 경제적 능력도 있는 남자랑 연을 맺었으면 아내도 행복했을 텐데.

미쳐서 사랑한 만큼 장단이 잘 맞았던 건 아닙니다. 서로 정반대의 성향과 기질을 가졌지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고집부리는 게 일상이어서 많이 힘들었지요. 존중하고 배려할수록 상처는 커졌고, 그때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흥얼거리게 되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몸이 노쇠할수록 그러려니 하고 관대해지는 것  같습니다.

편집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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