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굴(선운산촬영)
  용문굴(선운산촬영)

 

 

선운산(禪雲山) 별곡(別曲)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

바람 끝처럼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살아도 선운산은 역사가 되고

풀잎 위에 이슬을 만난 풀벌레

생명의 목을 축이는 순간부터

만월이 된 달처럼 휘어져간 상처를 기억한다

 

연잎으로 피어난 초록은

사자 이빨처럼 달려드는 무서리를 견뎌내고

태풍에 짓밟혀 뿌리조차 흔들려 넘어져도

세월 속 샅바를 붙잡은 장사송(長沙松)

푸른 입술을 치켜들고 선운 계곡을 지켜낸다

 

하늘처럼 높이 걸린 구름

나그네처럼 갈 곳 없어 흔들릴 때

상강(霜降)은 입동(立冬)을 불러 세우고

모여든 나그네들 재잘거리는 물까치가 되어

운명같은 만남을 노래하는 이유가 된다

 

천마봉에 걸터앉은 그리움은

단풍이 마르도록 사무쳐 용문굴 계곡에서 울고

시간의 매질로 자연석을 품은 개울속은

피라미처럼 흘러내린 홍단풍으로 시린 가을이다

 

동백꽃은 번민을 거듭하여 꽃무릇을 틔우고

꽃무릇은 풀풀 떨어져 내려

계곡 속에 주섬주섬 단풍으로 방황할 즈음

수천 년 지켜온 도솔산(兜率山) 이름은

선운산(禪雲山)을 노래하는 육자배기가 된다

* 육자배기: 전라도지방을 중심으로 여섯박을 단위로 하는 창()

  단풍(선운산촬영)
  단풍(선운산촬영)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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