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59년생 남성이다. 60세인 2019년 1월에 입사한 □사업장에서 대략 1년 근무하다가 수막뇌염과 진균감염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수막뇌염은 뇌와 뇌를 둘러싸는 뇌막에 생기는 염증이다. 염증 과정이 뇌막에 그치지 않고 뇌 조직으로 파급되는 수막뇌염은 고열, 두통, 구토 등의 뇌막 자극 증상 이외에, 의식 장애나 경련, 배변과 방뇨 조절 상실, 자발적인 감정 폭발 등의 증상을 보인다(전남대학교병원 질병정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워드클라우드 형태로 만든 청년 여성 노동자들의 질병. 노동건강연대. 한겨레21, 2023.2.27.
워드클라우드 형태로 만든 청년 여성 노동자들의 질병. 노동건강연대. 한겨레21, 2023.2.27.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는 2019년 1월 □사업장에 입사하였고 2019년 12월에 퇴사하였다. 근무기간은 대체로 1년이다. 근무 장소는 병원이고, 2인 1조로 근무하였다. 병원에서 세탁물 수거와 배급 업무를 수행하였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하였고, 근무시간은 월요일 08:00~17:30, 화요일~토요일은 08:15~17:30이었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9년 10월부터 체중이 7kg 이상 감소하였고 어지러움을 느꼈으며, 2019년 11월 20일 오른쪽 귀밑 통증, 오른쪽 측두엽 부위 두통,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현상 등으로 동네병원(로컬 의원)에서 도수치료(徒手治療·손을 이용해 통증을 유발하는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를 하였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그 후 2019년 11월 29일 내과에서 염증 수치가 높음을 발견하였고, 큰 병원 진료를 권유받아 대학병원에 내원하였다. 2019년 12월 2일부터 구강악안면외과, 가정의학과, 안과, 호흡기 내과 등을 거쳐 2019년 12월 16일 신경과로 옮겨 입원 치료를 시작하였다. 뇌 MRI와 가슴 CT에서 진균 감염 소견이 보여 만 60세가 되던 2019년 12월 17일 주상병(主傷病) 수막뇌염을 진단받았다. 이후 2020년 2월 25일 발급된 진단서 상, 주상병 수막뇌염과 부상병(副傷病) 진균 감염으로 최종 진단받았다. 2020년 2월에 퇴원하였다. 노동자가 2019년 10월 체중감소와 어지러움을 호소한 이후 2020년 2월 최종 진단을 받기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노동자는 병동의 환자복과 신생아 옷 등 오염된 세탁물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밀폐되고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 영향을 주어 진균에 감염되어 해당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질병 인정을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2020년 4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한겨레21, 2023.2.27.
한겨레21, 2023.2.27.

2023년 1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3.01.25.~01.27. 서면심의)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60세가 되던 2019년 12월 수막뇌염과 진균감염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2019년 1월에 □사업장에 입사하여 병원에서 세탁물 수거와 배급 업무를 수행하였고 2019년 12월 퇴사하였다. 근무기간은 약 1년이다. 셋째, 노동자의 상병과 관련된 직업적 요인으로 병원 내에서 걸리는 진균 감염이 있다. 노동자는 세탁물 수거와 배급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만을 착용한 채 작업하여 진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면역력이 정상인 사람의 진균 감염 사례나 병원 노동자의 진균 감염 사례도 각각 보고되고 있다.

노동자는 2019년 12월 수막뇌염과 진균감염을 진단받은 이후 약 3년 1개월이 떠나간 2023년 1월 27일에서야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4월 7일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