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老子)는 <도덕경> 제5장에서 천지불인(天地不仁)과 성인불인(聖人不仁)을 말한다. 하늘·땅이나 성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일부러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대자연이나 그 대자연을 닮고자 하는 성인은 참으로 무정하고 무심한가?

그리스도교 교회 전례력으로 부활절이 임박한 4월 6일, 성목요일(聖木曜日)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널리 알려진 대로 최후의 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했다. 예수님이 수난하고 못에 박혀 돌아가신 성금요일의 전날이다.

권진규가 1969년 건칠상으로 만든 <십자가 위 그리스도>. 지난해 광주시립미술관의 권진규 특별전 당시 2층 전시장 안쪽에 매달린 모습이다. 노형석 기자. 한겨레, 2023.01.10.
권진규가 1969년 건칠상으로 만든 <십자가 위 그리스도>. 지난해 광주시립미술관의 권진규 특별전 당시 2층 전시장 안쪽에 매달린 모습이다. 노형석 기자. 한겨레, 2023.01.10.

그런데 성목요일에 노동자 5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 4월 7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에 나오는 내용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3명, 끼임 2명이다. 서울, 경기, 충북, 충남, 제주에서 각각 노동자 1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우선, 삼가는 마음으로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정리해본다.

2023. 4월 6일(목), 09:38경 충북 음성군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용접공이 H형강을 눕히려고 천장크레인을 조작하던 중, 동료 노동자가 조작하던 다른 천장크레인에 부딪힌 후 밀리는 그 H형강과 뒤편의 H형강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0:45경 서울특별시 금천구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타일공이 벽체 개구부 주변에 대한 타일 작업을 준비하던 중 개구부로 떨어져(11m) 목숨을 빼앗겼다. 14:25경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의 어느 주택 신축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나선형 철재 계단을 철거하려고 계단 기둥을 산소절단기로 절단하던 중, 고정되지 않았던 그 계단 기둥이 넘어지면서 분리된 계단과 함께 떨어져(6m) 목숨을 빼앗겼다. 15:20경 경기 김포시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이 천장크레인으로 사출성형기의 금형(3t)을 인양하여 이동시키던 중, 금형에 맞아 사출성형기 내부 발판으로부터 약 0.7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6:17경 충남 예산군의 어느 제조업 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이 원단의 끊김을 방지하려고 물을 뿌리는 작업을 하다가 롤과 구조물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장례식장으로 퇴근한 노동자!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4월 9일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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