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
고등학생이 되자 재수 시절 절친이 된 상석이와 건후, 셋이 문학동인을 만들고 동인지를 내었다. 제목은 초로(草露), 풀잎 이슬이란 뜻이다. 우리가 처음으로 죽음을 생각하고 왠지 이제 인생의 허무를 느껴야 할 것 같은 나이이기도 해서 상석이 할머니가 늘 불렀다는 노래에서 따 왔다. 슬프도다 꿈결 같은 우리 인생은 풀잎 끝에 맺혀 있는 이슬 같도다. 둘은 시를 쓰고 나는 가리방을 긁고 단편 소설 두 개와 단문을 실었다.
목조 건물 밖 파란 바다에 장난감 같은 배들이 안온한 평화를 이루고 눈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시체들이 칠판을 보고 앉아 있습니다. 나는 이 지독한 대조에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파란 바다는 부산 항구. 검은 옷 시체들은 교복 입은 우리 반 애들) 이런 글들. (고1 친구 건후를 그림)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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