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시시각각 새롭게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접하며 살고 있다. 그 중에는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건들도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건들도 벌어지곤 한다.

자신과 무관한 남의 일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심오한 철학자 내지는 인생의 달관자인냥 말을 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싹수없는 자식은 공부시킬 필요 없어. 그냥 대학 보내지 말고 일찌감치 기술이나 가르쳐서 지 앞가림이나 하고 살게 하는 게 낫지." 라든가 혹은 " 배우자와 성격이 안 맞으면 평생 고생하지 말고 일찌감치 헤어져서 다른 배우자를 찾는 게 낫지" 라든가 남의 일에 대해서는 아주 편하고 담대하게 말을 한다. 이런 것이 남의 말이다.

그러나 그 상황이 나에게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인생의 달관자에서 급전락하여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인생의 초보자 같은 초라한 행색을 하게 된다. 자식이 공부 좀 못한다고 하여 남들 다 가는 대학을 안보내고 기술전문학원을 보낸다는 게 그리 말처럼 쉬운 결정이 아니고, 배우자와 갈등이 심하다고 하여 쉽게 이혼을 결정하기도 남의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남의 판단을 그리도 존중하여 이혼율이 급증하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자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남의 말이나 충고가 나의 생각과 일치할 때는 그대로 따르면 될 것이다. 문제는 남의 시각과 나의 시각이 다를 때가 문제인 것이다. 달라도 아주 많이 다를 때 우리는 고민에 빠지고 바둑에서와 같은 장고에 들어 간다. 남의 말을 아예 무시하자니 계속 뒷골이 땡기고, 남의 말대로 하자니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남의 말과 나의 말이 균형점에 이를 때까지 우리는 그 상황에 대해 심사숙고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 2014년 5월 1일 한겨레그림판(장봉균 그림)

남의 말을 무시하고 나의 말과 생각대로 하자고 하면 그것은 독단으로 보일 수 있지만 주체적인 자신만의 관점을 잃지 않은 채 남의 말을 걸러 듣는 장점이 있다. 이럴 경우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살면 그런대로 큰 실수는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고 처음에 옳게 보이던 생각이라도 나중에 다른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인생은 정답 없는 게임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남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남에 대해서 하는 '남 말'은 새처럼 가볍고 부담 없이 말하는 반면, 내가 어려운 생황에 처했을 때의 '내 말'은 쥐처럼 어둡고 음습한 곳에서 한 숨을 내쉬듯이 말하게 되는 현상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말의 경솔함을 경계하는 속담이라면, '남 말을 가볍게 하고 내 말을 한 숨 쉬듯이 하는 현상'은 이웃과 타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나 몰라라 하지 않고 그에 공감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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