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시골 촌놈들이 많이 왔다. 촌에서는 수재 소리를 듣는 넘들이 부산에 와서 어쨋기나 '을'이 되지 않으려고 죽을 둥 살 둥 공부하는 넘들이다. 아무 빽도 돈도 없는 애들이 판검사라도 된다면 설움 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냐는 걸까. 물론 다른 가치 있는 꿈을 가진 넘들도 많았겠지만, 학교는 어쨌든 서울대에 몇 명 가느냐를 온 교육의 목표로 채찍질했다. 나는 얘들을 검은 옷을 입은 시체들이라 불렀지만 나보다는 훨씬 성실했다. 나는 농민의 손자에 도시 서민의 아들이었지만 뺀질뺀질하여 출세할 생각도 없이 예술만 추구하는 넘이라 길이 많이 달랐다. 짜석들. 손자 얘긴 고만하고 당구나 치자.  (고3 스케치)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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